정몽규 앞에 두고 "정몽규 시대 끝나야"…박문성의 용기 낸 작심발언, 국회의원들도 공감했다

김건일 기자 2024. 9. 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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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2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회장에게 의원들은 대한축구협회 사유화 정황 등 정 회장을 둘러싼 논란 등을 제시하며, "사퇴 의사"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정 회장의 답변에 의원들은 답답해했다.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답답하기는 의원들뿐만 아니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켜보는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고구마처럼 꽉 막힌 현장을 뚫은 건 참고인으로 참석한 박문성 축구해설 위원의 말이었다.

정 회장 뒤에 자리한 박 위원은 여러 차례 축구협회의 행정과 운영에 대해 지적한 뒤 "제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던 건 ‘왜 눈치를 보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며 "(정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눈치를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정도를 생각을 해봤다"고 입을 뗐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위원은 첫 번째는 정 회장과 홍 감독은 저희랑 살아온 궤적이 좀 다르다는 거다. (정 회장은) 대기업 가문의 자제로 태어나셨고 (홍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엘리트로 자라 왔다.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우리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밖에 있는 사람들이 축구협회에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한축구협회 인사권에 우리(일반인)는 전혀 개입할 수 없다. 아무리 국민들이, 팬들이 경기장에서 '정몽규 아웃, 홍명보 아웃'을 외쳐도 협회 입장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서 축구협회장을 선출할 수 있는 선거인단에 들어갈 수가 없다. 이른바 '체육관 선거'를 하는 거다. 자기 편 사람들만 체육관에 모아 놓고 투표를 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팬들과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정치권이 축구협회 인사권에 자꾸 개입할 경우 ‘FIFA가 월드컵에 못 나오게 한다’고 겁박을 준다. 팬들의 눈치도 보지 않고, 국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 대체 어디 눈치를 보겠다는 건가. (축구협회라는) 이 닫힌 조직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 홍명보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카타르 아시안컵 졸전으로 경질된 뒤 5개월 동안 공석이던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의혹이 일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감독 선임 과정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도 국정 감사에 앞서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국회에 출석한 홍명보 감독은 과거 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1순위 후보가 된 데 특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안 질의를 통해 공개된 전력강화위원회의 회의록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1순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들은 면접을 했지만, 홍명보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연합뉴스

박 위원의 발언에 전재수 위원장이 "많은 국민이 공감하시는 부분이 상당히 있을 것 같다"고 공감했다.

이어 정 회장의 생각을 물었으나, 정 회장은 박 위원의 유튜브 채널에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는데도 '정정보도'를 요청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 회장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해 여러분들이 내가 잘 알아서 정했다고 알고 계신다. 두 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데 왜 그렇게 정보가 잘못 유통됐을까"라며 "여기 계신 박문성 해설위원께서는 유튜브 팔로워가 60만명이다. 신문이나 방송보다도 영향력이 큰데 잘못된 내용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할 수가 없다"고 했다.

▲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행정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팬들의 분노가 커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 등을 현안 질의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 대한축구협회
▲ 홍명보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카타르 아시안컵 졸전으로 경질된 뒤 5개월 동안 공석이던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의혹이 일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감독 선임 과정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도 국정 감사에 앞서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국회에 출석한 홍명보 감독은 과거 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1순위 후보가 된 데 특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안 질의를 통해 공개된 전력강화위원회의 회의록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1순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선임 과정 결정권자 권한을 이임하는 과정이 불투명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그러자 전 위원장은 "내가 원하는 대답과 회장님 답변 사이에 자꾸 미스매치가 심하게 난다"며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는 현대가의 역사고, 미래도 현대가에 달려 있다. 우리가 주역이고, 우리가 할 수밖에 없다는 특권 의식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정 회장은 "전혀 아니다. 축구 발전만 생각 중이다. 능력이, 지식이 모자라서 잘 못 할 수는 있다"고 답했다.

박 위원은 "정몽규 회장 체제가 끝나는게 맞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정몽규 회장과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게 더욱 문제인데 그만큼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선임됐을때 제가 아는 지도자가 '이제는 지도자를 그만 둘 생각이다. 이름없는 지도자는 10년, 15년을 계속 굴러도 프로팀 감독, 코치 한번을 하기 어렵다. 그런데 누군가는 특혜를 받으며 국가대표 감독을 준다? 나는 지도자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비단 이번 사건만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 회장 체제에서 일어난 승부조작 사태도 꼼수 사면이었고 매우 반스포츠적이었다. 우리 사회에 그런식으로 잘못된 사람을 꼼수 사면하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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