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거부권 제한법’ 운영위 단독 상정…김건희 국정조사 요구도

손우성 기자 2024. 9. 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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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본인·배우자 범죄 혐의 법안 거부권 제한
탄핵안 발의 시 ‘꼼수 사퇴’ 방지 법안도 상정
여당 “권력 분립 원칙 심각하게 침해” 반발 퇴장
민주, 공천 개입 의혹 김건희 여사 국정조사 요구
박찬대 국회 운영위원장이 25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운영위원회가 25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야당 단독으로 법안소위에 회부했다. 이동관·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꼼수 사퇴’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등 행정부 견제 법안도 다수 상정됐다. 발의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관련 국정조사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정치 공세라고 반발하며 퇴장했다.

운영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김용민 민주당 의원,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으로 대표발의한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안’ 등 32개 법안을 상정했다. 이른바 ‘거부권 제한법’으로 불리는 특별법엔 대통령이 본인과 배우자 또는 4촌 이내 혈족·인척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경우, 공직자의 직무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와 관련되는 경우 재의요구를 회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도 해당 법안이 헌법 내용과 취지를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는지, 국가 재정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비용이 소요되는지, 법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명백한지, 중대한 공익을 심각하게 위협했는지 등에 대해 반드시 소명하도록 했다.

민주당과 혁신당은 지난 7월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다수의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사회적 혼동을 일으키고 있다”며 “헌법의 내재적인 한계인 ‘이해충돌 금지’와 ‘정책적 이견은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다’를 넘어서 재의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받은 김 여사를 겨냥한 조처라는 평가가 나왔다.

운영위는 또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대상자에게 송달됐을 때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상정해 소위로 넘겼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를 2인 체제의 위법성에도 독임제 행정 기관처럼 운영했고, 국회는 방통위 기능 정상화를 위해 탄핵소추를 의결했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직무 정지를 피하고자 탄핵안 본회의 가결 이전에 사퇴했고, 이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회 등을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 기간 종료 이후 위증 사실이 드러날 시 고발이 불가능하게 돼 있는 현행법을 고쳐 위증에 관해선 고발이 없더라고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감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박찬대 운영위원장이 법안을 일괄 상정하자 거세게 반발했다. 여당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헌법은 대통령의 재의요구 사유에 대한 제한을 규정하지 않고 법률에 위임하는 규정도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며 “특별법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권한을 법률로 침해해 권력 분립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한다”고 말했다.

탄핵소추 대상자의 사직과 해임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업무 공백 장기화로 국정 운영과 법안 심의 등 국회 업무 진행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감법 개정안엔 “증감법엔 죄의 형태를 불출석과 국회 모욕, 위증 등 3개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위증만 취사선택해 고발 없이 공소 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편파적”이라고 밝혔다.

배 의원은 “형식과 원칙에도 맞지 않고 위헌적 요소가 가득한 법안을 여야 협의 없이 일방 상정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소위 회부 의결 직전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과 함께 퇴장했다.

민주당에선 김 여사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윤종군 의원은 “최근 김 여사의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이 날마다 불거지고 있다”며 “사실이라면 심각한 헌정 유린이자 국정농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부인의 불법 행위 등은 대통령비서실 소관 사항이고, 대통령비서실은 운영위 소관”이라며 “대통령 부인의 선거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선 국정조사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관저 의혹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운영위는 10월31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 11월1일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등에 대해 각각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기관 증인은 78명으로 확정했고, 일반 증인과 참고인에 대해선 여야가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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