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온 타임, 온 버짓’ 자화자찬만 할 일인가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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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코리아는 50년 이상 원전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해왔다. 체코 원전 건설에서도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약속을 지키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원전 건설 공사의 이런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한국의 '온 타임, 온 버짓'은 시공 부문만이 아니라 기초 조사부터 안전 규제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여러 기관들이 함께 만들어낸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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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코리아는 50년 이상 원전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해왔다. 체코 원전 건설에서도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약속을 지키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사업 수주를 확정짓는 세일즈 외교를 하겠다며, 추석 연휴 직후 체코를 방문해 한 정상 연설에서 특히 강조했다는 한 대목이다.
‘온 타임, 온 버짓’은 정해진 공사 기간과 예산에 맞춰 공사를 마치는 것을 말한다. 건설사업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겨 공기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사업비가 불어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안전에 조그만 빈틈도 허용될 수 없는 원전 건설에선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한국은 어떻게 ‘온 타임, 온 버짓’을 자랑할 수 있게 됐을까? 정부와 원전산업계는 뛰어난 시공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비결로 내세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유럽·미국과 한국에서 최근 가동에 들어간 원전 사이에 두세배의 공기 차이가 나는 것이 모두 설명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온 타임, 온 버짓’을 한편으로는 시간과 돈에 원전의 안전과 품질을 양보한 결과로 본다. 탈핵단체들만 하는 주장이 아니다. 2022년 7월7일 열린 제160차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2017년부터 한빛원전 3·4호기 격납건물 벽체에서 발견된 공극(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은 빈 구멍) 264개의 발생 원인을 점검한 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팀은 공기 준수에 우선순위를 둔 것을 근본 요인으로 지목했다.
공극을 발생시킬 위험이 있는 임시보강재를 뜯어낸 뒤 콘크리트를 부어야 했지만 공기 단축을 위해 그대로 둔 채 타설하고, 다짐 부실을 초래하기 쉬운 야간 작업까지 자주 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원자로 격납건물은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는 최후의 방벽이다.
원전 공사가 오래 걸리는 것은 콘크리트가 늦게 굳어서가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안전성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다. 다른 곳에선 별것도 아닐 시공 방법이나 설계 변경 하나도 두꺼운 절차서에 따른 서류작업과 까다로운 검토·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원전 건설 공사의 이런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한국의 ‘온 타임, 온 버짓’은 시공 부문만이 아니라 기초 조사부터 안전 규제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여러 기관들이 함께 만들어낸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공조까지 자랑해도 좋은 것일지 생각해볼 일이다. 한빛원전에서 임시보강재를 그대로 둔 채 공사하기 위한 설계 변경은 공사 하루 전에 이뤄졌다.
김정수 편집부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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