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무료배달” 커지는 반감…배달 ‘이중가격’ 논란에 곳곳서 전쟁

조유빈 기자 2024. 9. 2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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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전용 가격’에 소비자 부담 가중…프랜차이즈도 이중가격 적용
쿠팡이츠-배민 간 전쟁 불씨…“특정업체 문제 VS 왜곡해 여론 호도”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매장 음식 가격보다 배달 음식 가격을 높게 설정하는 '이중가격제'가 확산하면서 소비자 반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배달 앱 중개 수수료 인상을 이유로 식당 점주들에 이어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배달 앱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가격을 올린 것이다.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음식값+a'가 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무늬만 무료배달"이란 비판이 나온다.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프랜차이즈업계-배달 앱 간 갈등도 지속되고 있는 데다, 소비자 인식을 고려한 업체들의 신경전까지 치열해진 상황이다. 

배달 앱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는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무료배달 대신 음식값 10%?…프랜차이즈 "불가피"

최근 소비자에게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는 배달 앱들이 식당 등 점주들을 상대로 중개 수수료를 올리면서, 생색은 배달 앱이 내고 부담은 점주들에게 전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점주들은 배달 수수료 부담이 커졌다며 '이중가격'이라는 방안을 택했다. 이로 인해 배달 앱에서 판매하는 음식 가격은 매장 음식 가격보다 10%가량 인상됐다. 무료배달 혜택을 받는 대신 10%의 음식값을 더 내는 셈이 된 것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까지 이중가격제를 도입에 나서면서 소비자 부담은 더 가중되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24일부터 오프라인 매장과 배달 주문 가격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롯데리아 측은 "배달 플랫폼 주문 유입시 배달 수수료, 중개료, 배달비 등 제반 비용이 매출 대비 평균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무료 배달 서비스 도입으로 향후 발생하는 가맹점의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측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맘스터치도 일부 직영점에서 매장‧배달가격 가격을 분리해 운영한 뒤 정식 도입 여부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일부 업체들에서 운영되던 이중가격제가 배달 앱 중개 수수료 인상을 이유로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버거킹 와퍼 세트의 배달과 매장 가격은 1400원 차이가 난다.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의 아메리카노 배달 가격은 매장 가격보다 500원 더 비싸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이중가격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한 맥도날드 매장 ⓒ연합뉴스

많은 외식업체가 운영하는 이중가격에 대한 비판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앞서 2021년 한국소비자원은 배달과 매장 제품이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주문‧결제 과정에서 명확하게 알리라고 업체들에 권고했지만, 여전히 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됐다.

매장가 7200원인 빅맥세트를 배달 앱에서 8500원에 판매하고 있는 맥도날드는 이중가격을 시행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아 '숨은 가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계속되자 맥도날드는 이날 배달 앱 내 매장별 페이지에 '배달 시 가격은 매장과 상이하다'는 안내 문구를 넣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배달 중개 수수료를 인상한 배달의민족(배민)을 27일 공정위에 신고하기로 했다. 배민이 지난달 중개 수수료율을 기존 6.3%에서 9.8%로 약 3%포인트 올리면서 업계의 수수료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협회는 "프랜차이즈업계가 극심한 수수료 부담으로 큰 경영 위기에 빠져있다"며 "불가피한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리며 전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쿠팡이츠가 24일 공개한 자료(위)와 배민이 25일 공개한 자료(아래) ⓒ각 사 제공

쿠팡이츠, 배민 저격…배민 "지속 시 법적 대응도 검토"

배달 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업체들의 신경전도 치열해졌다. 쿠팡이츠는 전날 "자사는 고객 배달비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이중가격제의 원인은 특정 업체의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가 와우회원에게 제공하는 무료배달 혜택은 고객 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부담한다"며 "업주에게 어떠한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이츠는 배민을 '저격'했다. 'A사'라고 표기했지만 배민의 시그니처 컬러인 민트색을 사용하고, 최근 배민이 중개 수수료를 인상한 사실 등을 언급해 업체를 유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타사는 요금제 변경, 포장 수수료 유료화, 중개 수수료 인상 및 고객 배달비 업주 부담 등으로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을 외식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특정 배달업체만의 문제를 모든 배달 업체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배민은 이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배민은 25일 "최근 한 배달 앱 업체가 이중가격제 원인이 당사에 있는 것처럼 '특정 배달업체만의 문제'라고 밝혔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소비자와 외식업주를 오인시킬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반박했다. 배민 역시 해당 업체를 'A사'로 표기했으나, 월 7890원의 멤버십 등으로 쿠팡이츠임을 유추할 수 있도록 했다.

배민은 쿠팡이츠가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는 '자체배달' 서비스와 업주가 배달 대행사와 자율적으로 계약해 배달하는 '가게배달'을 섞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배민배달의 경우, 경쟁사와 동일하게 고객 배달 팁을 배민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경쟁사에 없는 가게배달의 경우 가게 배달 팁을 업주가 직접 설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가게배달 업주가 무료배달을 선택할 경우 배달비를 건당 2000원씩 지원하고 있으며, 중개 이용료는 6.8%"라면서 해당 자료가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배민은 "이러한 사실 관계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유감"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지속할 경우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할 것임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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