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품 알리고 `역직구` 노리는 알리
국내 중소 셀러 해외진출 지원
인지도 앞세운 자리뺏기 우려도
저가 중국산 직구 플랫폼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가 K뷰티·패션으로 역직구 시장 접수에 나섰다. 한국 상품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글로벌 셀링' 사업을 내달 개시한다. '프롬(From) 코리아' 상품 판매 확대로 매출·플랫폼 신뢰도를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모습이다.
업계 일각에선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역직구 사업에서 고전하는 사이, 역직구 시장마저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차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는 2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 파르나스에서 약 500명의 판매자가 모인 가운데 열린 '제1회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셀러 포럼'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계열사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국내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셀링 사업 계획을 밝혔다.
이어 그는 "글로벌 셀링으로 더 많은 한국 셀러들이 알리익스프레스 생태계를 통해 해외진출을 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며, 이를 위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중요하고 핵심적 산업인 K뷰티·패션·푸드, K팝 분야 셀러들의 80%를 해외에 나갈 수 있게 지원하는 게 목표"라며 "마윈(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은 어디서든 쉽게 비즈니스 할 수 있게 하라는 미션을 줬고 우리도 이를 따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누구나 쉽게 비즈니스 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셀링은 알리익스프레스 케이베뉴에 입점하면 글로벌 판매까지 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수수료는 향후 5년간 무료다. 미국, 스페인, 프랑스, 일본을 우선 대상으로 하며, 향후 점진적으로 대상 국가와 지역을 늘릴 계획이다.
케이베뉴는 알리가 작년 10월 선보인 국내 브랜드 전문관으로, 입점 업체가 국내에서 상품을 직접 발송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1만명 이상 판매자가 입점해 있다. 알리에 따르면 케이베뉴 매출 상위 50개 기업 중 중소기업이 60%이며, 매출 상위 50개 기업의 전월대비 평균 매출 성장률은 328%로 나타났다.
글로벌 셀링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의 케이베뉴 채널에 입점하는 국내 셀러들은 한국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알리가 운영 중인 다른 국가·지역의 1.5억명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알리는 현재 18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또 티몰(중국), 타오바오(중국), 라자다(동남아) 등 알리바바그룹의 플랫폼을 통한 판매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카테고리는 초기엔 K뷰티·패션에 집중하고 이후 K-푸드, K-팝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서 알리는 미정산 사태로 인해 티메프를 이탈하는 셀러들을 겨냥했다. 케이베뉴 입점사의 목소리를 통해 알리의 정산 시스템의 신뢰성에 대해 강조한 것이다.
행사에 함께한 쌀·잡곡 온라인 유통기업인 이푸른의 박우용 본부장은 "작년까지 플랫폼 매출은 홈쇼핑, 오픈마켓이 컸는데, 지난 5월부터 역전돼 알리가 부동의 매출 1위를 하고 있다"면서 "국내 온라인 생태계가 많이 어려운데 알리의 제로 수수료, 쿠폰 지원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양곡은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현금결제가 요구돼, 자본흐름이 빠르지 않으면 유통이 어렵다"면서 "알리는 매월 1, 15일로 월 2회 보름 단위로 정산해줘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됐다. 공휴일 상관 없이 지정된 날에 정산됐다"고 발언했다.
글로벌 셀링의 경우, 고객에게 배송 완료된 후 15일 이내에 주문 건별로 정산되며, 결제는 알리페이 인터내셔널을 통해 미화로 진행된다. 국내 물류 파트너를 통해 국내 배송을 지원하며, 글로벌 배송은 한국 우체국과 협력해 진행될 예정이다.
알리는 글로벌 셀링을 통한 이미지 쇄신 효과도 노리는 모양새다. 가품·유해물질 논란이 지속돼 온 중국산 저가 상품 판매 플랫폼에서 가성비·품질 좋은 한국 상품도 많이 파는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날 윤혜원 글로벌 셀링 담당은 "한국 상품의 경우 '한국 발송'(Ship From Korea) 라벨을 단독으로 달고 나간다"면서 "소비자들은 한국 제품임을 쉽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선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K-상품의 역직구 시장 마저도 C-커머스에 내주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역직구 시장에선 압도적 1위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본력,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운 알리의 속도전으로 인해 K제품 역직구 시장마저 C-커머스 차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이커머스가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역직구 사업을 전개하기엔 현지화, 인지도 제고 등이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진입장벽이 큰 사업이다보니 국내 플랫폼들은 역직구 코너를 개설해 영문 등 외국어 서비스를 하는 등 소극적으로 사업을 하거나 아예 손도 못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8월 기준으로 월간 활성이용자수(MAU) 900만명을 돌파했다. 티메프 이후 50만명이 유입되며 전월보다 7.2% 늘었다. 국내 이커머스 중 쿠팡에 이은 2위다.
이 기간 쿠팡은 0.5% 증가한 3183만여명이었고, 3위 11번가는 약 747만명, G마켓은 약 539만명이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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