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청부사’도 못 살린 롯데의 가을야구 염원…결국은 뎁스가 문제다

김하진 기자 2024. 9. 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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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선수단. 연합뉴스



롯데가 가을야구 진출에 또 실패했다.

롯데는 지난 24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1-5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하나 남은 트래직넘버가 사라지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2017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후 7년 연속 가을야구의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올시즌을 야심차게 시작했던 롯데였다.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김태형 롯데 감독이 부임하면서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을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린 ‘가을야구 전문가’다. 김 감독은 캠프를 떠나면서 목표를 ‘가을야구’로 잡았다.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까지만해도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다. 개막 전 팀의 고민은 안치홍이 떠난 내야진 구성 정도 뿐이었다.

하지만 개막 후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겼다. 시즌 초반 필승조로 분류되어 있었던 구승민이 부진했다. 안치홍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영입한 김민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체할 자원들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되었을 때 뒤를 받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했던 신인 전미르가 필승조를 맡아야만했다. 내야진의 약점은 기존 자원들에게 멀티 포지션을 맡기면서 풀어야 했다.

마운드에서도 내내 5선발을 찾지 못했다. 좌완 김진욱이 경쟁 끝에 한 자리를 꿰찼지만 예상치 못하게 나균안이 자기 관리 문제로 이탈하면서 이 자리는 시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주인 없이 비어있었다. 필승조 역시 시즌을 마칠 때까지 팀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결국은 선수층이 얕아서 발생한 문제다. 이 부분은 최근 몇 년 동안 롯데의 약점으로 꼽힌 점이다.

롯데는 8월 한 달 동안 14승8패 승률 0.636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상승세를 탔다. 삐걱거렸던 톱니바퀴가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잘 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9월에 상승세를 타지 못하면서 가을야구와 멀어졌다. 선수층이 꾸준하게 기세를 이어갈만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시즌 롯데는 항상 5위권을 두들기기는 했지만 정작 가장 높았던 순위는 7위였다. ‘희망 고문’만 계속하는 위치에만 자리했다.

매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뽑고 선수층 구축에 애를 쓰는데에도 아직까지 보완점이 많이 필요하다. 올시즌 야수진에서는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 등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마운드에서는 좌완 김진욱 등 새 얼굴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지만 경험이 부족한 탓에 기복이 있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손호영의 활약이 도드라졌지만 부상이 잦았고 그 역시 풀타임 소화 경험이 많지 않았다.

신구조화가 잘 이뤄지려면 중간층에 있는 선수들이 중심을 잡아줘야하는데 롯데에서는 그만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그간 투자한 결과들이 나오지 않은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롯데는 2022시즌을 마치고 포수 유강남, 유격수 노진혁, 투수 한현희 등을 데리고 왔다. 유강남은 4년 총액 80억원, 노진혁은 4년 총액 50억원, 한현희는 3+1년 총액 40억원으로 세 명의 총액만 합쳐도 170억원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 연합뉴스



명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이 가장 신경쓰는 포지션이 포수였다. 때문에 유강남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졌지만 충족시키지 못했다. 유강남은 지난 7월 중순 무릎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노진혁은 올시즌 내내 1,2군을 오갔고 주전으로서의 활약을 못했다. 그나마 가장 활용도가 높았던 투수는 한현희였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6경기 71.1이닝 43실점(42자책) 평균자책 5.30을 기록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투자의 결과는 실패에 가깝다.

국내 선수층이 탄탄하지 못하다보니 외국인 선수들이 아무리 활약한다한들 팀을 구하지 못했다.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는 리그 정상급 타자다. 올시즌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뛰었고 139경기 타율 0.352 15홈런 105타점 등을 기록했다. 특히 안타 부문에서는 194안타로 압도적인 1위다. 이미 구단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상태다. 타율 부문에서도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0.358)와 1위를 다투고 있다.

찰리 반즈는 24경기 9승6패 평균자책 3.16을 기록했다. 24경기 중 17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는데도 승수가 10승이 되지 않는다. 윌커슨은 31경기 11승8패 평균자책 3.99를 기록했다. 롯데의 유일한 10승 투수다. 이렇게 좋은 외인 구성을 했음에도 롯데는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 빅터 레이예스. 연합뉴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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