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소에 무슨 일이… 최대주주 전환 놓고 ‘설왕설래’
기존 주주 vs 사모펀드 갈등 격화
국내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는 태안 태양광 발전소(태안안면클린에너지, 이하 TACE)의 최대주주 교체 여부에 에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27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서 TACE의 최대주주 교체 여부가 결정된다. 기존 최대주주와 새로 최대주주를 자리를 노리는 사모펀드간에 치열한 공방이 진행 중이다.
25일 전기위에 따르면 TACE가 사업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여부가 303차 전기위 안건으로 상정됐다. 전기위가 승인하면 TACE 최대주주는 개인주주 2명에서,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국내 랜턴그린에너지사모펀드(PEF)로 바뀌게 된다.
TACE는 태안군 안면도 일대의 폐염전과 폐목장 부지 615만㎡에 설치한 국내 단일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소다. 주민제안사업으로 시작해 2021년 개발행위 허가를 받고, 2022년 6월 착공해 2023년 9월부터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총 사업비 5000억원이 투입된 TACE는 지난 4월 최종 준공해 현재 300M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약 10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TACE는 한 때 주민제안 사업의 성공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밀어주기’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통해 어두운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TACE 사업(일명 아마데우스) 추진 과정에서 산업부 공무원이 업체에 특혜를 주고 재취업한 사례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때 사업 자금 관리를 도맡던 이모 랜턴에이앤아이(이하 랜턴) 대표의 거액 횡령 혐의도 감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랜턴은 사모펀드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유한회사로, TACE 사업 초기부터 투자 자문 역할을 해왔다.
감사원은 감사 후 이씨의 횡령 혐의와 관련한 내용을 검찰에 전달했다. 현재 검찰은 이모 대표에 대해 사업 추진 용역비를 포함해 TACE와 개인회사인 랜턴의 자금 1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TACE의 사업자금을 개발용역비 등의 명목으로 자기 소유 회사인 랜턴에 지급한 후, 해당 자금을 대여금 명목으로 지급받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이 자금으로 인터넷 방송 아이템을 50억원어치 구매하고, 외제차를 4대 구입하는 등 사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구속 수사를 받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이씨는 랜턴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현재 랜턴의 대표는 TACE 사업 자금 조달 작업을 같이 해 온 금모씨가 맡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랜턴의 지분을 100% 보유한 실질적인 대표이사라고 보고 있다.
◇ 전기위, 올해 초 주식 취득 신청 ‘불인가’… 8월엔 CB 전환 ‘보류’
TACE의 지분은 현재 김모씨와 이모씨(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와 다른 인물)가 45%(45만주)씩, 황모씨가 10%(10만주) 보유하고 있다. 세 사람이 보유한 총 주식수는 100만주이다.
TACE의 개인주주 3인은 발전소의 상업운전개시 이후 주식을 거래하는 조건으로, 2021년 9월 랜턴 및 랜턴의 최대주주인 이씨와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개인 3명이 보유한 주식 100만주를 랜턴이 50만주, 이씨가 50만주 매입하는 조건이다. 주식 매입 거래액은 총 100억원이다.
이후 사업자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TACE는 2022년 6월 랜턴 PEF 및 KKR PEF와 각각 237억5000만원(총 475억원)에 전환사채(CB) 발행 계약을 체결했다. CB가 전환되면 TACE의 주식 총수는 195만주가 되고, 랜턴 PEF와 KKR PEF가 각각 47만5000주씩을 보유하게 된다. 회사의 최대주주도 이들이 되는 것이다.
올해 1월 랜턴 측은 기존 계약대로 100만주의 주식을 취득하기 위해 매수인 자격으로 산업부 전기위원회에 주식 취득 인가를 신청했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기사업자의 최대주주 변경은 전기위 심의를 통해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기위는 ‘불인가’ 판정을 내렸다. ‘신청인이 부적격하고, 주식취득 외 인허가 필요사항이 있음을 감안할 때, 인가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는 사유였다.
주식 인수가 막힌 이후 랜턴 PEF와 KKR PEF는 지난달 보유 중인 CB의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TACE의 주식을 취득하겠다며 산업부에 인가 신청을 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302차 전기위에서 해당 안건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고, 위원회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심의를 보류한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외 공개가 어렵다”고 했다.
TACE의 CB 전환 안건은 오는 27일 열리는 303차 전기위에 재상정된 상태다. CB 전환이 승인돼 랜턴 PEF와 KKR PEF가 최대주주가 되면 기존 주식매매계약은 전기위의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신주 발행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후, 최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늘리는 것은 전기위 인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 “경제사범에 회사 맡기나” vs “기존 주주가 변심해 방해”
기존 주주들은 랜턴 측이 전기위에 주식취득 인가가 아닌 전환사채 전환 승인을 신청한 것에 대해 ‘꼼수’라고 주장한다. 한 기존 주주는 “전기위의 주식 매매 인가 부결을 고려해 주식취득인가 대신 전환사채 발행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이번에 전환사채 전환 인가를 득하면 향후엔 전기위 인가를 받지 않고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전기위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CB 발행 계약을 주도한 인물이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씨이며, 이씨 소유의 투자자문회사가 운용하는 펀드와 외국계 펀드가 태안 태양광 발전소의 최대주주가 되면 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이 관계자는 “전기위가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을 승인하면 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경제사범에 회사를 맡기는 격이 된다”면서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외국계 펀드가 인수하는 것도 문제다.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소의 운영을 외국 자본에 맡기는 것 아닌가. 주민들과의 상생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랜턴 측은 기존 주주가 이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명분으로 기 체결한 계약을 파기하고 더 비싼 값을 받으려고 계약 이행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랜턴 관계자는 “랜턴 PEF는 국내 대기업 등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해 태양광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계약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 주주들이 변심하여 발전소를 볼모로 권리행사를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KKR 측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의 미래 가치를 보고 TACE 사업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것”이라며 “발전사업 투자는 단기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인프라 펀드성으로 투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사를 받는 이씨와도 무관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랜턴 PEF와 KKR이 보유한 전환사채를 자본금으로 전환해 신주를 발행하면 TACE의 자기자본은 10억원에서 485억원으로 증가한다. KKR 측 관계자는 “회사의 자본을 충실히 확보함으로써 전기사업 운영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KKR의 경우 CB 발행 계약으로 237억5000만원을 투자했고, 후순위대출로도 712억5000만원을 투자한 상태다. KKR이 최대 주주가 되면 후순위 대출도 주주 대출의 성격을 갖게 된다”고 했다.
TACE의 전환사채 전환 심의와 관련해, 전기위 관계자는 “전기사업법의 규정에 따라 심의를 하고 전환사채 전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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