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삼성바이오로직스 vs 론자…글로벌 CDMO 1위 승자는

김유림 2024. 9. 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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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위는 론자, 4위 삼성바이오
캐파 경쟁, 삼성바이오 초격차 1위
글로벌 빅파마 수주 몰리는 두 업체
론자 모더나 빈자리 채우기 동분서주
삼성바이오 향후 이해상충 극복 주목
사진=게티이미지

500조원 규모의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을 놓고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스위스 론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설립 126년 전통의 론자가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신흥 강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론자 매출 1위, 삼성바이오 성장률로 추격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76조7000억원을 횡보하고 있다. 같은 기간 스위스 증권 거래소에서 론자의 시가총액은 60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세계 CDMO 매출 1위 론자, 4위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차지했다. 론자는 지난해 매출 67억 스위스 프랑(10조5600억원), EBITDA(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20억 스위스 프랑(3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3조7000억원, EBITDA는 1조6030억원이다. 

올해 론자의 성장률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3분기 론자의 핵심 고객사였던 모더나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생산 협력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다. 론자는 올해 매출 가이던스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반기 매출 31억 스위스 프랑, EBITDA 8억9300만 스위스 프랑을 올렸다. 다만 론자는 단기 성장이 저조하지만 중기(2024~2028년)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11~13%을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2조1038억원, 영업이익 6558억원(EBITDA는 반기 보고서 비공개)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전년 대비 14% 성장한 4조원대 최초 돌파가 유력하다. 증권가는 2025년과 2026년 각각 16.8%, 14.0% 매출 성장률을 관측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캐파 우위, 론자 공장 인수로 추격

론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캐파(CAPA) 경쟁에서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론자는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중국 등 전 세계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생산 캐파는 33만리터이다. 올해 론자는 기존 스위스 비스프의 생산 단지에 12만리터를 증설한다. 또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로슈(제넨텍) 공장을 인수해 33만리터가 추가된다. 2025년 총 78만리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한 규모가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인천 송도에 1~4공장을 가동 중이다. 총 캐파는 60만4000리터로 세계 1위이다. 2025년 5공장의 18만리터까지 더하면 내년부터는 총 78만4000리터가 된다. 2027년 6공장 18만리터, 2032년까지 7~8공장의 36만 리터를 확장하면 총 132만4000리터가 예상된다. 2025년에는 론자와 잠시 비슷한 캐파이지만, 연이은 증설로 초격차로 따돌리게 된다. 

 론자와 삼성바이오에 몰리는 글로벌 톱 제약사들

론자는 지난해 기준 세계 50대 빅파마 중 48개, 100대 회사 중 90% 이상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론자의 강점은 현존하는 모든 최신 제약·바이오 신약 후보물질을 초기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상 후기 단계에 있는 30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이 향후 5년 내에 상업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론자가 이미 상업화에 성공한 ADC 제품의 생산에 관여하고 있는 목록은 로슈 캐싸일라와 폴리비, 화이자 베스폰사, 화이자(옛 시젠)와 다케다제약 애드세트리스이다. 

론자는 세포·유전자(CGT) 분야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CGT 부문의 매출을 살펴보면 25% 비중이 상업화 제품에서 나온다. 향후 2028년까지 CGT 매출의 비중이 상업화 제품에서 7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상업화된 CGT 제품 중 길리어드사이언스 예스카타, BMS 브레얀지, 노바티스 킴리아와 졸겐스마, 스파크테라퓨틱스 럭스터나 등의 생산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혁신적인 제품 개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출시한 엔드 프로젝트(End Protect) 캡슐 기술이 있다. 엔드 프로젝트 캡슐은 위에서 분해를 견뎌 장내로 표적 전달을 지원한다. 복잡한 표적 방출 치료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론자는 엔드 프로젝트 캡슐을 통해 다양한 고객사와 2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 생산 제품은 단일 항체치료제이다.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개 중 16개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CDMO는 공장의 가동률이 상승하면 고정비 부담이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를 시현할 수 있다. 

삼성이 가장 잘하는 건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공정 기술이다. 반도체 공장 시공에 적용하던 3D 설계와 위생 배관 시공 기술 등을 적용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의 시공 시간과 비용을 동종업계 대비 40%가량 단축시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1위 캐파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는 설립 13년 만에 글로벌 톱티어 CDMO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핵심 배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1~8공장 부지와는 별도의 공간에 ADC 의약품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연말까지 완공하고 실제 생산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단기간 내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설계하며 쌓은 역량과 노하우를 ADC 생산 시설에도 적용했다. 

 론자는 모더나 빈자리 찾기, 삼성 이해상충 극복하기

론자의 단기적인 과제는 모더나 여파로 발생한 낮은 성장률의 극복이다. 주가는 회사의 미래 성장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모더나와 협업 종료 여파로 약 5억 스위스 프랑(약 8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모더나의 mRNA 제품을 위해 구축한 전용 시설을 폐기하는 과정에 있다. 올해 실적은 시장 예상보다 전년 대비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는 이해상충이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00%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도 진행 중이다. CDMO의 정체성은 고객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고객사에서 개발 중인 신약의 중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약점도 알 수 있다. 만약 CDMO 업체가 신약을 개발한다면 고객사(빅파마)에는 잠재적인 경쟁사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자회사와의 경쟁 관계 때문에 수주가 불가능한 곳을 제외하면 상위 업체 대부분을 확보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론자 등 글로벌 톱티어 CDMO 업체는 신약 개발을 하는 곳이 없다. 향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최초로 CDMO 사업과 신약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9월 24일 17시15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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