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반격카드’ 언제 나오나… 대항공개매수 시나리오 분석해보니
소뱅·스미토모가 리스크 떠안을까
한투證도 실트론으로 홍역 치른 경험 있어 나서기 쉽지 않아
이 기사는 2024년 9월 25일 11시 2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측이 24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시장에서는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최윤범 회장 측에서 백기사 얘기나 대항 공개매수 가능성 등을 거론해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상태였던 만큼, 이날 공개매수 계획이 언급되지 않아 실망했다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장중 68만원대까지 내리며 공개매수 가격(66만원)과의 격차를 2만2000원까지 좁히기도 했다.
MBK는 현재 “공개매수 가격 인상은 없다”고 못 박고 있는데, 만약 주가가 상방 압력을 받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단가를 올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가격을 26일 이후에 올리게 되면 공개매수 시한은 열흘 연장된다. MBK 입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니 그런 선택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최 회장은 26일까지 MBK의 선택을 지켜보다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그 시기가 27일이 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최 회장이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들과 손잡고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실적으로 장애물이 많아 실현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최 회장 개인이 SPC 세워 돈 모을 듯… FI들은 경영권 담보 요구할 듯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대항 공개매수 시나리오는 최 회장 개인이 한국투자증권, 베인캐피탈 등과 손잡는 방안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최 회장과 회동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한화를 비롯해 현대차, LG화학 등 기존 주주사들은 특별한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최 회장의 백기사로 나서는 시나리오를 재무적·법률적으로 다각도로 검토한 건 맞지만, 제3자 입장에서는 배임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천억원을 투자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씨 일가 계열사의 자금을 동원하지 못하고 최 회장 ‘개인’이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계열사들은 영풍과의 특수관계가 해소되지 않아 자본시장법에 따라 별도의 공개매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최씨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 중 현금이 그나마 많은 곳이 영풍정밀인데(유동자산 900억원대), 이 회사는 고려아연의 주주사여서 상호출자가 불가능하다.
계열사가 대항 공개매수를 추진할 수 없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자금 사정이 가장 나은 영풍정밀이 MBK에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즉 최 회장 측 반격카드로 내세우긴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 MBK는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진행 중인데 단가가 2만원으로 공개매수 직전 시세(9000원대)의 2배가 넘는다. 어차피 공개매수 기간이 끝나면 주가는 원상복귀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 입장에선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 회장은 MBK-영풍처럼 백기사와 직접 손을 잡고 대항 공개매수를 추진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서 한국투자증권 등 여러 FI나 SI들의 도움을 받는 방안이 더 가능성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경우 딜레마가 생길 수 있다. 먼저 손실이 나더라도 리스크를 책임질 ‘최종적인 투자자’가 필요하다. MBK의 경우 스스로가 공개매수의 최종 투자자다. 만약 일부 언론 보도에 언급된 대로 일본 소프트뱅크나 스미토모가 최종 투자자로 나선다면 이들은 최 회장의 경영권 담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큰데, 이렇게 되면 “회사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 또 이들 기업이 대항 공개매수 참여를 결정하려면 일주일 안에 실사를 마쳐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사를 빨리 끝내고 대항 공개매수에 뛰어든다고 해도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 베인캐피탈·한투가 브릿지론?… 투심위·담보가 장애물
베인캐피탈 크레딧 부문이나 한국투자증권이 ‘브릿지론’을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종 투자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식이다. 보통 이런 방식의 브릿지론은 최장 1년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리스크는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만약 1년 뒤 지분을 인수해갈 곳이 나타나지 않고 최 회장이 직접 상환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대출을 제공한 FI들은 담보물을 처분해서 회수해야만 한다. 이번 케이스에서는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자산이 SPC가 취득하게 될 주식과 최씨 일가가 보유한 주식뿐이다. 최씨 일가가 보유한 주식으로 담보 대출을 최대치로 받는다면, 그 금액은 5000억원이 안 될 것으로 추산된다. FI 입장에선 떠안아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큰 셈이다.
더욱이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김남구 회장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과거 SK실트론 사건을 겪었던 만큼 최 회장에게 무리하게 대출을 제공해 주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 한국투자증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스와프계약(TSR)을 맺고 SK실트론 지분 19.4%를 샀는데, 금감원은 이를 사실상 ‘개인 대출’로 해석한 바 있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만약 한투가 이번에 브릿지론을 하고 싶었다면, 최 회장 측에 특혜를 줬다고 의심받지 않도록 기존에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최 회장 주도로 진행한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1045억원을 투입해 지분 0.77%를 확보했는데, 이 때문에 그동안 최 회장 우호 세력으로 분류돼 왔다.
베인캐피탈 같은 외국계 FI들이 대항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외국계 운용사는 기본적으로 분쟁이 있는 기업에 들어가는 걸 꺼리는 성향이 강하다. 시나리오가 너무 많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본사 투자심의위원회(IC)를 통과하는 게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 때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임종훈 형제와 손잡으며 분쟁이 정리될 기미가 보이자 KKR, 베인캐피탈 등이 참여를 검토했지만, 신 회장이 다시 모녀 편으로 돌아서면서 이들 모두 빠져나간 바 있다”며 “이번에도 불확실성이 너무 큰 딜이어서 외국계 FI들이 쉽사리 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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