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노상현 "성소수자 베드신, 대본보다 연장…필요했던 부분"[인터뷰]②

김보영 2024. 9. 2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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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 노상현이 성소수자 캐릭터를 연기하며 임한 마음가짐, 연기 과정에서 실제 성소수자들을 만나 느낀 점들을 털어놨다.

노상현은 ‘대도시의 사랑법’ 개봉을 앞두고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 분)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 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박상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리메이크했다.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은 제39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세계 최고 권위 문학상으로 불리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영화는 소설집에서 ‘재희’란 이름의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탐정: 리턴즈’, ‘미씽: 사라진 여자’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아온 이언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애플TV+ ‘파친코’의 이삭 역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청자들까지 강렬히 사로잡은 배우 노상현의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도 눈길을 끈다.

이번 작품이 첫 스크린 작품인 노상현은 세상과 거리를 두는 법에 익숙했지만, 재희란 친구를 만나 13년간 동고동락하며 변화하고 성장해나가는 흥수 역을 맡아 색다른 얼굴을 선보였다. 흥수는 동성애자인 자신의 성정체성을 둘러싼 사회의 편견, 시선에 세상과의 거리두기를 택한 냉소적 인물이다. 시니컬한 태도, 자조적 농담 속에 성소수자로 살며 느낀 수치심과 억압된 감정을 숨기는데 익숙해져 자신의 실제 마음과 감정을 인정하는게 익숙지 않은 캐릭터. 노상현은 그런 흥수가 자신처럼 아웃사이더이자 자신을 유일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친구 재희를 만나 13년을 동고동락하며 내적, 외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섬세히 표현해냈다.

노상현은 성소수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과정에 느낀 부담이 없었는지 묻자 “성소수자란 특성은 어디까지나 캐릭터가 지닌 특징 중 하나일 뿐 그 인물 자체를 좀 더 (포괄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했다”며 “그 부분이 더 중요한 초점이라 생각했다. (성소수자란 설정에)신경이 안 쓰인 건 아니지만 크게 문제될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담담히 답변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에선 동성애 베드신도 등장한다. 다소 과감한 수위로 표현된 해당 장면도 실제 본인이 필요하다 생각된 부분이기에 대본상 드러난 내용보다 더 긴 호흡으로 촬영했다고도 털어놨다. 노상현은 “그 장면도 대본상에 나온 것보다 좀 더 (길게)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대본에선 짧게 끝나는데 오히려 제가 먼저 그 시퀀스를 더 연장하는게 어떨까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이 필요할 것 같더라”며 “그 장면이 캐릭터의 특징을 표현하는데 필요한 장면이라 봤고, 캐릭터의 특징이 하나라도 흐지부지하게 넘어가지 않길 바랐다. 그런 장면도 실제 우리 일상에선 현실적으로 흘러가는 부분인데, 사회의 어떤 제한적 시선 같은 것 때문에 보여지지 않았던 것에 개의치 않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연기를 위해 실제 성소수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심정, 고충을 알게 됐고 실제 연기를 하면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도 전했다. 노상현은 “만나기 전엔 그들의 마음, 예컨대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서의 그들의 스토리나 이런 것들을 어느 저도 유추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우린 모두 누구나 비밀을 갖고 있지 않나,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 같은 것들을 모두가 갖고 있는데 그 분들도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을 이야기하는 게 불편하고 두렵기도 하고, 상처받을까봐 시선이 신경쓰이기도 하고 그런 맥락일 거라 상상을 했었는데. 실제 이야기를 나눠보니 또 다른 점들이 보였다”며 “그들의 이야기에 깊이 들어가보니 (만나기 전 생각한 점들과) 비슷하지만 고독함이나 답답함이랄까, 수치스러움 억눌린 감정 등이 훨씬 크더라. 연기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됐고, 만난 이후 전보다 훨씬 더 그들의 감정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진심으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실제 자신의 모습에서도 흥수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고 털어놨다. 노상현은 “사랑이나 감정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재희와 흥수 두 사람 중 굳이 비교하자면 흥수 쪽에 가깝다. 저 역시 감정을 드러내는 부분을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며 “물론 흥수처럼 자신이 지닌 어떠한 특징, 특징에 대한 시선 때문에 감정 표현을 두려워한다거나 본인을 인정해주는 친구 한 명에게만 유일하게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정도까진 아니다. 그래도 나 역시 재희처럼 솔직하기보단 좀 더 감정을 절제하는 면에서 비슷한 면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오는 10월 1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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