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질의? 국정감사? 문광위 현안 질의 ‘유감’[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4. 9. 2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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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 24일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가 열렸다. 국회의원들이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가 관여된 최근 국민적 이슈에 대해 묻고 답하는 자리였다. 10월 국정감사에 앞서 열린 청문회가 비슷한 성격으로 열린 행사. 행사 성격처럼 질의와 답변이 중심일 줄 알았다. 물론 간혹 괜찮은 질문도 나왔지만 대부분 윽박지르기, 자기주장 강요하기 등이 많았다.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경우도 적잖았다. 질의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질의에 대한 답변은 제대로 듣지 않고 따지고 야단치고 몰아세우는 등 기존 국정감사와 같은 모양새”라고 전했다. 기자도 아침 10시부터 거의 밤 9시까지 이어진 질의를 빠뜨림 없이 영상으로 지켜봤다. 이게 무슨 ‘질의’인지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 많았다.

말은 진실을 밝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종종 진실을 가리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말보다는 행동, 증거, 정황을 꼼꼼하게 따지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의원들은 자기가 내놓은 증거, 정황만 옳다고 강요했지 상대가 내놓은 자료는 대부분 무시했다. 자기가 부른 증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반면, 질의를 위해 불려나온 인사에게는 엄청나게 무자비했다. 내가 하는 말은 다 옳고 상대가 하는 말은 다 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성은 자기방어, 자기 합리화보다는 상대를 이해하고 오해를 줄여가며 잘못을 찾아냄으로써 합리적인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쓰여야 한다. 그런데 적잖은 의원, 적잖은 참가자들이 자기 방어에만 급급했다. 서로 알고 이해하려고 하기는커녕 한쪽은 조지며 야단쳤고 한쪽은 회피하기 급급했다. 그렇게 해서 무슨 합의점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기본적인 예의와 태도,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 보이는 의원도 있었다.

말꼬리 잡는 모양새도 자주 연출됐다. 말꼬리를 잡는 것은 핵심을 찍어내지 못할 경우,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앵커, 아나운서가 아닌 이상 뉘앙스 차이를 알고 단어를 적확하게 골라 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말꼬리를 잡거나 단어 뉘앙스 차이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것은 결국 의원 자신이 핵심을 찌를 질문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현안 질의를 영상으로 지켜본 체육계 관계자는 “인기, 여론, 클릭수, 팔로워수, 지지자에 맞춰 이야기하면 돈을 벌고 유명해지니까 그게 무조건 맞다고 보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엘리트와 생활 체육 통합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떼어내야 한다”며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다시 분리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의원들로부터 과도하게 인간적인 모멸감까지 느끼면서 국회에 참석해야 한다면 과연 어느 기업 회장이 경기단체를 맡으려고 할까”라며 “가뜩이나 스포츠계를 떠나는 기업이 많아지는데 앞으로 스포츠에 지원하려는 기업이 거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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