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만찬’ 책임론… 더 벌어진 尹·韓

■ ‘추가 독대 제안’ 놓고도 신경전
여권 “韓, 대통령 상대로 게임”
친한 “발언할 상황도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4일 만찬 회동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빈손 회동’의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양측이 ‘독대’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의료개혁 등 시급한 현안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당정 간 소모적 갈등이 문제 해결 능력 저하, 여론 악화, 개혁 실패, 갈등 확산이라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정치권 복수 관계자들은 “이번 만찬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불신의 깊이, 당정 전반 불협화음만 외부에 노출했다”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독대 제안을 공개적으로 하는 정치력 없는 한 대표나, 이를 통 크게 받지 못하는 윤 대통령 모두 국민 눈에는 한심하게 보일 것”이라고 했다.

만찬 내용과 성과를 두고도 이날 양측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전날 한 대표 등 당 지도부를 초청해 진행한 90분 만찬에 대해 “한 대표에게 나름의 공간을 열어줬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독대 제안’을 의식해 만찬 전 3자(윤 대통령,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집무실 독대 제안을 하고, 만찬 후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산책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한 대표가 대통령에게 직접 독대를 제안할 수 있는 공간을 내준 것인데, 한 대표가 끝내 직접 독대 제안은 하지 않더라”고 했다.

반면 한 대표 측은 대통령실이 사실상 한 대표의 발언 기회를 막았다는 입장이다. 친한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에게 발언 기회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한 대표가 일찍 갔다. 독대를 안 한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좀 일찍 와서 ‘한 대표, 나하고 잠깐 얘기합시다’ 하는 상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한 대표가 만찬 직후 윤 대통령이 아닌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또다시 독대를 제안했는데, 이 제안의 진정성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제안마저도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느냐”며 “한 대표가 독대를 통한 의견 조율이 아닌, 대통령을 상대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