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사업 800억 투자한 보령, 파트너사 경영난 변수되나?
액시엄 스페이스, 자금난으로 직원 해고·협력사 결제 미납
보령, 액시엄 스페이스와 합작법인 설립…800억원 투자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보령 오너 3세 김정균 대표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우주 사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우주 사업 진출을 위해 보령이 수백억원의 투자를 감행한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업에 변수가 생길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액시엄 스페이스는 지속되는 자금난으로 올해 두차례 본사 직원을 정리 해고 했다. 또 임직원 급여 지급은 물론 주요 협력사에 대한 결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지구 저궤도(LEO)에서 오는 2030년 퇴역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민간우주정거장을 개발 중이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추가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민간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공급업체와의 계약 이행에도 어려움이 있어 계약 위반 통지를 받는 등 재정적 압박이 가해져 핵심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액시엄 스페이스의 전 직원은 회사가 우주여행과 우주복 설계에 집중하느라 정거장 모듈 연구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액시엄 스페이스의 경영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우주 진출을 위해 약 8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자한 김정균 대표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보령은 지난해 초 액시엄 스페이스에 1000만달러(약 129억)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보령의 자기자본 대비 13.7%에 달하는 금액인 5000만달러(약 649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이어 올해 초 보령은 액시엄 스페이스와 각각 51대 49 비율로 공동 출자한 국내 합작법인 '브랙스 스페이스'(BRAX SPACE)를 설립했다. 김정균 대표는 해당 법인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자리하고 있다.
김정균 대표는 "인류의 우주 장기체류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지난 2008년 이후 중단됐던 대한민국 우주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더 나아가 우주에 우리나라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머크, 일라이릴리와 같은 글로벌 빅파마들은 일찌감치 우주로 진출해 신약 개발을 진행해 왔다. 중력이 존재하는 지구에선 밀도 차이로 인해 단백질 결정을 균일하게 얻는 데 어려움이 있다. 우주 공간의 무중력 상태에서는 단백질 결정이 가라앉지 않아 짧은 기간 내 더 많은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브랙스 스페이스는 지구 저궤도(LEO)에서 액시엄 스페이스의 기술과 우주정거장 인프라를 활용한 모든 사업의 국내 독점권을 갖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의 우선권을 보유하고 있다. 브랙스 스페이스는 주요 사업으로 △우주정거장 내 연구와 실험 플랫폼 서비스 △한국인 유인 우주 개발 프로젝트 △우주정거장 모듈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보령은 브랙스 스페이스를 통해 국제 우주정거장에서의 만성 질환 및 암 치료제의 효과를 극대화할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보령은 관계사인 보령바이오파마에 이어 보령빌딩을 매각했다. 자금 규모는 각각 2000억원, 1315억원에 달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매각으로 벌어들인 대규모 자금을 우주 사업 또는 회사의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프로젝트) 강화에 사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보령이 의약품을 만들어 판 돈을 모두 우주 사업에 쓰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라며 "아마 빌딩 매각 자금 또한 우주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령 측은 관련 내용을 인지하면서도 파트너사인 액시엄 스페이스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보령 관계자는 "포브스 기사는 액시엄 스페이스 퇴사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액시엄 스페이스에는 나사, 노키아, 프라다 등 주요 파트너사들이 존재한다. 현재 액시엄 스페이스는 주요 고객사들과 원활하게 협력해 차질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령의 기존 사업에도 딱히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판단해 액시엄 스페이스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면서 관련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균 대표는 보령제약 창업주인 김승호 회장의 딸 김은선 보령 회장의 장남이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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