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고소 vs 기술주권…영풍-고려아연 ‘확전일로’

이근홍 기자 2024. 9. 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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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기술주권'을 명분으로 한 전격적인 국가핵심기술 신청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의 계열사 영풍정밀은 지난 20일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선 영풍의 장 고문과 사외이사 3인, MBK파트너스와 김광일 부회장 등 5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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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투자과정서 피해 커”
영풍, 고려아연 회장 등 고소
장형진 영풍고문 고소에 맞대응
“2차전지 전구체 제조기술 보호”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 신청
MBK의 해외 매각 구상 저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기술주권’을 명분으로 한 전격적인 국가핵심기술 신청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영풍은 최 회장과 노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영풍은 “동업 정신을 파기하고 회사를 사유화한 경영 대리인 최 회장 및 고려아연의 수상한 경영 행보가 시작됐을 당시, 의사 결정의 중심에 있던 노 전 대표에 대해 본격적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투자 결정, 해외 자회사인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결정 및 씨에스디자인그룹(현 더바운더리)과 인테리어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MBK의 주장은 악마의 편집”이라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기 위해 의도성을 갖고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풍의 이번 조치는 고려아연 측이 장형진 영풍 고문과 MBK를 고소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앞서 고려아연의 계열사 영풍정밀은 지난 20일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선 영풍의 장 고문과 사외이사 3인, MBK파트너스와 김광일 부회장 등 5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영풍정밀은 펌프와 밸브 등을 제조 판매하는 고려아연 계열사로, 영풍의 주식 4.39%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고려아연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의 2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가 예산이 들어간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고려아연이 중국 등 외국에 자사가 매각되기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MBK의 사업 구상에 타격을 가하는 한편,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국가 기간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행보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관망해왔지만, 고려아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정부가 외국 기업으로의 M&A에 대한 승인 권한을 갖게 돼 분쟁 구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기술주권을 앞세운 고려아연이 영풍·MBK 연합에 맞설 새로운 카드를 확보하는 셈이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산업부는 내부 검토를 완료한 뒤 판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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