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판에 파리알…벌금 내면 끝?" 식당이었으면 '영업정지'
식위법상 ‘자유업’ 분류돼 처벌 수준 ‘미미’
과태료 처벌 20만~200만원 수준…영업정지 어려워
전문가들 “부모 걱정 덜기 위해 세심한 조치 마련해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의 한 유치원생의 학부모인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유치원생 자녀가 집으로 가져온 급식판에서 파리알이 나와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식판 세척 업체가 새로 생긴 업종인 탓에 행정 처분을 내릴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업체를 찾아가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이어가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A씨는 “업체에서는 문제가 있으면 우리를 그만 쓰면 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식판 세척 업체는 조리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어린이 급식소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원아 수 50인 미만의 소규모 어린이급식소는 영양사는 물론 조리원을 다수 고용하기 어려워 식기와 식판을 각 가정에서 직접 준비하도록 해왔다. 이러한 사정을 파고든 업체가 식판 세척 업체들이다. 이들은 어린이집 등과 계약을 맺고 급식을 마친 식판을 수거해 세척한 후 이튿날 다시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해왔다.
문제는 식판 세척 업체의 위생 관리다. 새로 생긴 식판 세척 업체는 식위법 상 자유업으로 등록돼 있어 영업정지 등의 처분이 어려운 실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업 정지 등의 중한 처벌이 있으려면 해당 법상 허가 등록한 업체만 가능하다”면서 “식품위생법상 자유업으로 지정돼 있는 경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식위법상으로 처벌 가능한 수준은 20만~200만원의 과태료 정도다. 식위법 3조에 따르면 영업에 사용하는 기구·용기·포장은 누구든지 깨끗히 관리할 의무가 있으며, 식판도 비위생적 취급 시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해당 조항을 어길 경우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일반 음식점 등이 포함돼 있는 식품접객업의 경우 식위법에 따라 영업정지도 가능한 수준이다. 식위법에 따르면 유독·유해물질이 들어 있거나 묻어 있는 것이나 그러할 염려가 있으면 영업허가 취소 또는 영업소 폐쇄와 해당 음식물 폐기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썩거나 상해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도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15일, 2차 위반시 영업 정지 1개월, 3차 위반 시 영업정지 3개월 등의 조치를 받게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에서 5살 아이를 키우는 김모(33)씨는 “파리알이 나올 정도면 사업주의 업장 관리가 매우 부실하다는 말 아닌가“라며 ”그런 환경에서 세척한 식판에 아이들이 밥을 먹는다니 기가 찬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업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국 식판 세척 업체를 전수조사한 뒤, 이들 역시 일반 식품위생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식약처도 올해 5월 ‘식판 등 기구·세척 대여업체 위생관리 지침’을 내놓으며 제도 정비에 나섰다. 지침에 따르면 식판과 식기 등을 ‘기구’로 규정하고 기구의 위생적 취급기준에 대해 정의했다. 세척 적정성을 항시 확인할 수 있는 기준·규격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등의 관리 사항을 구체화했다. 다만 세척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기준·규격 검사 등이 권고 수준에 그쳐 여전히 업체들의 도덕성에 기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접객업소로 등록된 일반음식점 등은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산업에 대한 빠른 대처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유업으로 정의돼 있는 업종의 명확한 구분 등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녀들의 먹는 문제로 엄마들이 안심할 수 있게 정부가 세심한 조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과정에서 점검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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