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폭 피해’ 역대 최고…“코로나 팬데믹 후유증” 분석
초등학교 학폭 피해 응답률 4.2% 역대 최고 경신
사회성 기르는 시기에 코로나 원격수업 확대 여파
교육부 내년 상반기 ‘5차 학폭 예방·대책계획 수립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초등학교에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고등학교의 피해 응답률도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교육계선 코로나 팬데믹 당시 원격수업 확대로 사회성을 키우지 못한 학교 교육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학폭)을 당한 적 있다는 피해 응답률은 2.1%로 2013년 1차 조사(2.2%)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학교급별로는 초·중·고에서 피해 응답률이 전년 대비 모두 상승했다. 초등학교는 3.9%에서 4.2%로, 중학교는 1.3%에서 1.6%로, 고교는 0.4%에서 0.5%로 올랐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우편조사로 실시, 사실상 전수조사로 볼 수 없는 2012년을 제외하면 피해 응답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교육부는 학폭 피해 응답률 상승을 코로나 팬데믹(2020~2023년) 당시 확대된 원격수업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등교·대면수업으로 사회성을 길러야 할 시기에 원격수업을 받은 탓이란 얘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접촉 면을 넓혀 사회성을 길러야 하는데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이런 점이 부족했던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제재 조치에도 불구, 고교 학폭 피해 응답률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데 대해 교육부는 적용 시차에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고3 학생들에게는 이런 제재 조치가 의무 반영되는 게 아니었고 현 고2부터 의무화된 대입 반영 조치도 올해 3월 확정됐기에 정책 효과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교육부는 학교장 자체 해결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자체 해결은 학폭 사안을 학교폭력심의위원회로 넘기지 않고 학교 안에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가해 학생 처벌보다는 가해·피해자 간 갈등 조정을 교내에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자체 해결 건수는 2019학년도 1만1576건에 그쳤지만 2020학년도 1만7546건, 2021학년도 2만8791건, 2022학년도 3만6416건, 2023학년도 3만7866건으로 증가했다.
피해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39.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폭력·집단따돌림 각 15.5%, 사이버폭력 7.4%, 성폭력 5.9%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성폭력의 경우 2020년 3.7%에 그쳤지만 이후 2021년 4.1%, 2022년 4.3%, 2023년 5.2%, 2024년 5.9%로 상승세를 보였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효과적 학폭 예방법은 △공감·의사소통·감정조절 등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활동(26.6%) △학생 참여(캠페인·동아리 등) 활동(25.4%) △방송·비디오·동영상 시청(22.3%) 순으로 조사됐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피해 응답률 증가에 대해 “학폭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민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고 관계 회복에 주력할 수 있도록 예방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학폭 조사 결과를 반영해 내년 상반기에 ‘제5차(2025~2029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점검하고, 다변화되는 학교폭력 양상에 대한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도록 제5차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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