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폭력 피해, 역대 최고…'딥페이크' 등 사이버폭력도 늘어

김수현 2024. 9.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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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은 '언어폭력'이 가장 커…교육부 "학생들 민감도 높아진 영향도 있어"
작년 학폭대책 효과 없었단 지적에 교육부 "일부 긍정적 효과"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의 발언 지난 7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학교폭력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학교폭력 피해를 본 초·중·고교생 가운데 성폭력을 당했다는 학생 비중이 2013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딥페이크 성 착취물'이 논란이 된 가운데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사이버폭력 피해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이 실시한 2024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와 202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표본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1차 전수조사 피해 응답률은 2.1%로, 2013년(2.2%)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차 표본조사 피해 응답률도 1.7%로, 2018년(2.4%) 이후 가장 높았다.

학교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하는 전교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학교 불법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성폭력 피해, 4년 연속 증가세…'딥페이크' 포함 사이버폭력도 늘어

전수조사인 1차를 기준으로 학교폭력 피해유형별 응답률(복수 응답 가능)을 보면, 올해 '언어폭력'이 39.4%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전년(37.1%)보다 2.3%포인트 확대됐다.

1년 전에도 피해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언어폭력'은 여덟 가지 피해 유형 중에서도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다만 2022년(41.8%)보다는 비중이 작았다.

그다음으로는 '성폭력'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성폭력'은 전체의 5.9%로, 여덟 가지 피해 유형 중 비중으론 다섯번째였으며, 증가 폭은 0.7%포인트였다.

특히 '성폭력' 피해 응답률의 경우 2020년(3.7%)부터 4년 연속 증가해 교육부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래 가장 높았다.

직전 최고치는 2018년과 2023년에 기록했던 5.2%였다.

[교육부 제공]

'사이버폭력'(6.9%→7.4%)의 증가세는 0.5%포인트로 3위를 차지했다.

최근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대거 유포돼 논란이 된 딥페이크 역시 사이버폭력에 해당한다.

특히 사이버폭력의 경우 '초등학생'(6.3%), '중학생'(9.2%)에 비해 '고등학생'(10.4%)에서 피해 응답률이 두드러졌다.

사이버폭력 세부 유형별로는 '사이버 언어폭력'(38.1%), '사이버 명예훼손'(16.6%), '사이버 따돌림'(16.1%) 순으로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언어폭력이나 성폭력의 경우 특정한 사건이 있었다기보다는 학생들의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성적 농담 등 예전에는 그냥 넘기던 것도 학교폭력 피해로 인식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건수로 보면 성폭력이 급격하게 증가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이버폭력에 대해선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휴대전화 등 이용도가 높아진 영향으로 고등학생 위주로 피해가 크다"며 "딥페이크의 경우 사이버폭력 중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성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 앞에서 재단 관계자들이 학교폭력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내용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학생들, 피해에 민감해졌다지만…작년 학폭 신고 자체도 증가

교육부는 전반적인 학교폭력 증가세에 대해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객관적인 피해보다는 학생들의 '인식'이 기본이 되는 조사여서 민감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많이 알려지면서 과거라면 피해라고 인식하지 않았을 행위도 학교폭력으로 보는 경우가 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좀 더 객관적인 지표로 볼 수 있는 실제 학교폭력 신고 역시 증가했다.

교육부가 이날 함께 배포한 '학교폭력 사안 접수 및 처리현황'을 보면 2023학년도(2023년 3월 1일∼2024년 2월 28일) 초·중·고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6만1천445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22학년도(5만7천981건)보다 6%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학교장이 자체 해결하지 못하고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된 건수는 2만3천579건으로, 전년(2만1천565건)보다 9.3% 늘었다.

학교장 자체 해결 제도는 학교폭력 신고 사안 중 일정 조건(2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고 재산상 피해가 없는 경우 등)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학교장이 사안을 해결하는 제도다.

이러한 결과들을 놓고 볼 때 지난해 4월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대책에는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처분 결과를 대입에 반영하고, 가해학생이 받은 조치 중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 보존 기간을 최대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에 가해학생 처분 결과를 반영하는 조치 때문에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장 자체 해결 비중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면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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