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1년 만에 공매도 가이드라인 개정…불법 기준 명문화

우연수 기자 2024. 9.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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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별 자체 잔고관리시스템 고도화에 기여
101개 공매도 투자자와 1대1 컨설팅 진행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내년 1분기 공매도 잔고관리시스템 구축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공매도 업무처리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개정된 공매도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투자자들이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고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금감원은 25일 금융당국이 해석하는 무차입 공매도의 판단 기준을 명문화한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어떤 경우 무차입 공매도로 간주되는지 세부 판단 기준을 제공해 달라는 요청이 제기되면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거래 사례별 구체적인 실무 예시를 담고 있으며, 다음달 영문으로도 제공된다.

우선 가이드라인은 공매도 잔고, 차입, 대여, 입고, 반환, 담보제공 등에 대한 정의를 제시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는 일별 시작 시점의 잔고에 회수 가능한 수량 등 잔고 증감을 반영해 실시간으로 매도 가능 잔고를 산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당일 시작 잔고 ▲회수 가능 수량 ▲당일 매매 수량 ▲권리 수량 ▲대차잔고 변동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특히 투자자들이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증권의 소유 인정 시점이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매도한다는 의미지만 현행법상 사전에 주식을 미리 빌려온 '차입 공매도'만 합법으로 보고 있다.

케이스별로 보면, 타인에게 대여해준 '대여 증권'도 소유로 인정은 된다. 다만 공매도 결제일(T+2일)까지 반환될 수 없으면 무차입 공매도가 된다. 대여자가 매도 주문 전 또는 주문일 내에 반환을 요청해 결제일까지 반환이 가능한 경우에만 인정된다.

예를 들어 A사가 B사에 대여해준 주식 X를 매도하려할 때, 매도 주문부터 하고 T+1일에 반환 요청을 했다면 무차입 공매도로 볼 수 있다. 매도 시점에 반환이 확정된 대여증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담보로 제공한 증권이 공매도 결제일(T+2일)까지 반환될 수 없어도 무차입 공매도다. 매도 주문 전 또는 주문 후 담보 제공 증권의 인도를 청구해 결제일까지 회수가 가능한 경우에만 정상적인 공매도로 인정된다.

아직 차입이 완료되지 않았어도 대차계약이 구체적으로 이뤄진 경우엔 소유를 인정해준다. 대여자와 차입자 사이에 차입 종목, 수량, 수수료율, 결제일 등 필수 조건 합의가 이뤄진 경우에만 해당한다.

대규모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실시간 차입 가능 수량을 확인한 후 차입 가능 수량 한도 내에서 시장에 주문을 제출, 체결된 수량 만큼만 차입을 확정해 차입 비용을 최소화했다. 이 경우 주식을 실제로 차입하지도, 차입계약을 확정하지도 않고 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으로 볼 수 있다.

증권의 '사전 입고' 기준은 예탁원 예탁자계좌부 또는 증권사 투자자계좌부상 계좌 대체를 통해 증권 인도가 완료된 상태를 의미한다. 사전 입고 후 공매도를 하는 투자자는 무차입공매도 발생 가능성이 대폭 감소하므로 기관 내 잔고관리 시스템 구축, 거래소 거래내역 보고 등 의무에서 면제된다.

부서 등 독립 거래 단위별 잔고 관리도 필요하다. 거래 단위 또는 회사 전체 차원에서 각각 매도 가능 잔고를 산출·관리하고 내부에 대여한 주식의 반환, 매도 주문 가능 수량의 자동 제한 등 무차입 공매도 결제 불이행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를 실시해야 한다.

아울러 금감원은 내부 공매도 전산화 태스크포스(TF)를 지난 9일부터 유관기관 합동 TF로 확대하고 대규모 공매도 투자자 101사별로 담당 직원을 지정해 1대1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맞춤식 시스템 구축 지원체계를 운영할 예정이다.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 발표 후 14회에 걸친 투자자 설명회를 가졌으며, 앞으로도 수탁증권사·시스템 구축 대상 등 각 그룹별로 월 1회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합 가이드라인을 대외 공개해 공매도 거래자 누구나 자체적으로 불법 여부를 검증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스스로 예방·통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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