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가라앉는데” “시간낭비”…尹-韓 만찬에 여 ‘한숨’, 야 ‘맹폭’

용산 ‘화기애애’ 자평에도…與일각 “정국 인식 안이해” 아쉬움
‘의정갈등·쌍특검’ 논의 전무에…野 “한가로운 빈손만찬“ 비판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전날(24일) 만찬 회동을 두고 여야 모두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체코 순방 성과'만을 설명했을 뿐, 정치권 진앙인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 논란' 등은 식사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한 대표가 요청한 독대 제안도 대통령실이 거부한 가운데 윤 대통령의 '식사 정치'에 대한 여당 지도부 내 불만도 커져가는 모습이다.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은 90분가량 이뤄졌다. 이날 만찬은 한 대표가 7·2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다음날인 7월24일 이후 두 번째였다.

한 대표의 독대 제안을 대통령실이 거절한 가운데, 만찬의 화두는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성과'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농담을 던지고 당 지도부가 웃음으로 화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아래 만찬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대표는 인사말 등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나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만찬에 참석한 당 지도부 내 평가는 갈렸다. 우선 친윤(親윤석열)계에선 만찬 성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괜찮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만찬으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불편한 기류가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화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며 "서로 간에 약간의 신뢰는 회복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냐"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오히려 한 대표도 바로 대통령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면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고, 말도 못 하게 막는 분위기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한 대표 스스로 이 자리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친한(親한동훈)계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성사되지 않았고 현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대표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한 대표는 말씀할 기회를 기다렸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한 대표가 끝나고 나서라도 대통령이 '우리 잠깐 얘기할까요?' 하는 상황을 내심 기대했던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비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부산 금정구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24일) 만찬은 예상대로 빈손이었다"며 "만찬 시간도 1시간30분 정도에 불과했다. 사실상 밥만 먹다 끝난 것이다. 성과 없는 '세금 만찬', '빈손 만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말은 더 가관이다.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만찬 메뉴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한다"며 "국민은 응급실을 찾지 못해 목숨이 위태로운데 한가롭게 반찬이나 챙길 때인가"라고 따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만찬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에게 '마이너스'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사람 사이 불편한 기류가 노출했을 뿐, 정부 여당의 위기를 반등시킬 기회는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용하고 경청할 줄 모르는 대통령이나, '독대'를 두고 언론플레이만 하는 당대표나 둘 다 치졸하고 한심하다"며 "의료사태는 '의' 자도 나오지 않았고, 연금개혁은 '연' 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럴거면 왜 만났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검사 출신 두 사람의 이런 한심한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라며 "당과 대통령실의 책임자들 수십 명이 다 모인 자리에서 어느 한 사람도 지금의 국정실패와 민심이반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니, 정부 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직업윤리도 영혼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가 가라앉고 다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그 때는 뒤늦게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