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4개 채울 엄청난 강물을 퍼낸 열정적인 축구 팬들

김세훈 기자 2024. 9. 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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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피해를 입은 AFC 윔블던 홈구장. 가디언



팬이 소유하고 있는 잉글랜드 4부리그 축구단이 팬들의 도움으로 홍수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고 있어 화제다.

AFC 윔블던(AFC Wimbledon)은 최근 홍수로 피해를 입은 홈구장 플라우 레인에서 10만ℓ 이상 물을 퍼냈다.

구단 관리 이사인 제임스 우드루프는 25일 BBC 라디오 런던을 통해 “근처에 위치한 완들 강이 범람하면서 스타디움 잔디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며 “구단이 물을 퍼냈고 팬들도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줬다”고 말했다.

우드루프는 “아침에 경기장 관리 팀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이게 AI(인공지능) 이미지인 줄 알았다”며 “경기장 전체가 물에 잠겼고, 잔디도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2만7000ℓ를 담을 수 있는 탱크 네 대를 채웠다”고 덧붙였다. 10만ℓ 물은 수도꼭지를 약 일주일 동안 틀어놓은 양에 해당한다. 부피로 따지면 축구장을 높이 1m까지 무려 14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이번 홍수는 영국 중부와 남부 지역에 주말 동안 한 달 치 비가 내린 결과다. 완들 강이 범람한 것은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경기장에는 여러 곳에서 잔디가 심하게 파였고 잔디 아래 모래가 노출된 곳도 적잖았다. 우드루프는 “조만간 굴착기를 경기장에 투입해 손상된 잔디를 파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수 때문에 홈경기들이 연기됐다. 그전까지는 대체 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러야한다. 윔블던 다음 홈 경기는 10월 12일 칼라일 유나이티드전이다. 구단은 이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르기 위해 노력 중이다.

50세 한 팬은 구장 복구를 돕기 위해 목표 금액 10만 파운드짜리 모금 페이지를 개설했다. 당초 목표액으로 잡은 1만파운드가 초과 달성되면서 5만파운드로 목표액을 끌어올렸는데 그것도 넘어섰다. 우드루프는 “클럽 공동체 정신과 회복력은 놀랍다”며 “클럽이 또 다른 장애물에 직면했지만, 이 또한 극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윔블던 구장은 보험에 가입돼 있어 구단은 보험사와 긴밀히 협력 중이다. 구단은 앞서 취소된 홈경기에 원정팀으로 오기로 예정된 뉴캐슬 팬들에게 재경기 티켓을 구매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우드루프는 “뉴캐슬 팬들이 대체구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러와준다면 수익의 45%는 우리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현재 윔블던은 리그 2(4부)에서 6경기에서 승점 13점으로 5위에 올라 있다. 최근 홈에서 치른 5경기 무패 행진 중이다.

AFC 윔블던은 2002년에 설립됐다. 기존 구단 윔블던 FC가 새로운 구단주에 의해 이전된 뒤 이에 반발한 윔블던 팬들은 새로 만든 게 AFC 윔블던이다. 클럽 모토는 ‘팬에 의한, 팬을 위한(By the fans, for the fans)’이다. 초기에는 하부 리그에서 시작했지만, 2016년에는 리그 1(3부 리그)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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