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전고체 만든 삼성전기·투자 늘린 삼성SDI…배터리 원투펀치 자신감

오승혁 2024. 9. 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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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초소형 배터리 개발로 웨어러블 시장 확대 전망
삼성SDI 캐즘에도 미국 생산공장 투자 지속 확대

삼성전기가 초소형 전고체 배터리 세계 최초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기

[더팩트|오승혁 기자] 삼성에서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는 두 계열사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각각 대형·소형 제품에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가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지의 생산기지 구축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초소형 전고체 배터리 세계 최초 개발에 성공했다.

25일 삼성전기는 최근 개발에 성공한 초소형 전고체 배터리를 활용해 납품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고체전해질은 산화물계와 황화물계로 구분된다. 삼성SDI가 생산하는 중대형 배터리는 황화물계를 사용하며, 삼성전기가 만드는 초소형 배터리는 산화물계를 쓴다.

이에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각자의 영역에서 역량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며 양사가 배터리를 두고 협업할 가능성은 낮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전기차 시장에서 각각의 점유율을 키우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초소형 전고체 배터리 제품 샘플을 일부 고객사에 전달했으며, 기존 배터리에 비해 크기가 작아진 만큼 디바이스에 배터리를 추가 설치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충전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있다"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지난 7월 출시한 '갤럭시 링'을 비롯해 갤럭시워치, 애플워치, 버즈, 에어팟 등의 제품 생산사에 납품량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납품량 확대에 대한 삼성전기의 자신감은 이번에 개발한 제품이 업계 최고 수준인 에너지 밀도 200Wh/L급을 확보한 것에서 비롯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크기는 작지만, 에너지 밀도는 같다. 삼성전기는 이를 통해 사용자 만족도와 고객사 납품량을 모두 높일 방침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스마트워치, 스마트링, 스마트글래스, 무선 이어폰 등의 꾸준한 신작 출시로 지속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투입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베터리 시장 역시 함께 커지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VMR은 지난해 35억달러를 기록한 해당 시장이 오는 2030년에 92억달러로 연평균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의 진동이 가능하게 만드는 MLCC(적층형 세라믹 콘텐서)를 만들면서 쌓은 역량을 전고체 초소형 배터리에 투입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의 CATL 등의 기존 경쟁사가 아닌 배터리 적층 역량을 가진 일본 기업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다툼을 펼칠 전망이다.

삼성SDI가 전기차 캐즘에도 불구하고 미국 생산공장 건설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

삼성SDI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제너럴모터스(GM)은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에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설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가 연말까지 GM 합작공장에 장비를 납품하는 협력사 선정을 진행한다.

업황 악화로 인해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의 경쟁사가 투자 속도를 조절한 가운데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스텔란티스와 함께 건설하는 미국 1공장의 건설 속도를 높이며 완공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배터리 생산기지 구축에 3조원을 투자한 삼성SDI는 지난 3월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지난해보다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정확한 규모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 회복을 예상하고 있는 삼성SDI는 미 인디애나주에 건설하는 3개의 합작 공장의 완공 및 정상 가동 이후에도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급부상했을 때, 자국 산업 보호정책을 강화해 삼성SDI의 미국 생산기지 건설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미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미국 생산기지 구축에는 여러 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건설이 지연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말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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