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규제당국, 현대차 인도법인 기업공개 승인 [Hello India]

2024. 9. 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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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 규모 초대형 상장 절차 ‘속도’
상장 완료까지 1~2개월 소요 예상
현대차, 인도 현지 맞춤형 시장 공략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차량이 만들어지는 모습 [현대차 제공]

4조원 규모에 달하는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 절차가 속도를 내면서 연내 상장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이번 자금 조달이 완료될 경우 ‘기회의 땅’ 인도 시장에서 빠르게 주도권을 잡겠다는 현대차의 구상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인도 시장의 규제당국이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 관련 제출한 예비서류(DRHP)에 대해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사안을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소식통 2명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들은“ 현대차 인도법인이 이번 IPO를 통해 30억달러(약 3조99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도법인의 IPO를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면서 “IPO 관련 예비서류인 DRHP를 제출했고, 현재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도 증시에서 DRHP가 승인되면 이후에는 RHP(Red Herring Prospectus) 작업으로 전환된다. RHP는 우리나라의 증권신고서와 성격이 비슷하지만, 인도의 경우 수요 예측 이후 확정 공모가와 공모일을 정하고 그 정보를 RHP에 모두 넣어서 작성·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규제 당국의 승인이 완료된 만큼 향후 1~2개월 안에 SEBI의 최종승인과 공모가 확정 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이 최종 완료될 경우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 2003년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마루티 스즈키가 상장한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IPO에 성공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된다.

현대차 인도법인 경영진은 IPO 준비 일환으로 이달부터 현지와 인근 주요 국가에서 투자 로드쇼 등에 나선 바 있다.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권역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지난달 개최된 ‘인베스터 데이’에서 “현대차는 생산 역량·유연성·현지화·자동화 기반을 통해 세심하고 정교한 생산 전략을 유지해 내수와 수출 물량의 균형 잡힌 믹스를 유지할 것”이라며 “또한 인도 푸네 공장을 높은 자동화와 첨단 기술을 가진 곳으로 만들고 더불어 신규 EV(전기차) 도입을 통한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시장 트렌드 변화를 지속해서 주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했으며 1998년 타밀나두주 첸나이 공장에서 첫 모델인 ‘쌍트로’를 양산하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 본격 뛰어든 바 있다.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자, 미래의 핵심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는다.

현대차는 기아와 함께 전동화 생산 기지 구축, 현지 배터리 기업과의 협업, 시장 특화 모델 출시 등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토대로, 연간 자동차 판매 500만대 규모로 성장한 인도에서 빠르게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상반기(1~6월) 인도 시장에서 모두 30만9772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난 수치로 역대 상반기 판매 기준 사상 최대치다. 현대차의 인도 시장 판매량은 지난 2016년 50만539대를 기록한 이후 2021년 68만6616대로 연간 60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22년 80만7067대, 지난해 85만7111대를 판매,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 역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2019년 8월 인도 시장 진출 이후 올해 6월 말 기준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는 데 성공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대차·기아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0.8%(양사 합산 85만7111대)로 일본과 인도 합작사인 마루티스즈키(41.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지난해 대비 3.9% 늘어난 89만2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시장 지배력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현지화 전략 실행에 고삐를 당겨 ‘인도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이다.

먼저 현대차는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에 20만대 이상 규모의 신공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푸네 공장을 첨단 생산 기지로 재탄생시켜,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전동화 전환도 순항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는 올해 말 첸나이공장에서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양산을 시작으로 오는 2030년까지 모두 5종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한다. 기아 역시 2025년부터 현지 맞춤형 소형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펴고 있다. 올해부터는 ‘최소 5억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고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로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현대차·기아가 전동화에 적극 나서는 것 역시 인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4월 현대차 인도권역본부에서 가진 타운홀미팅에서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대근·서재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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