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한화, 천궁 이라크 수출 계약 두고 '진통'

한화 "사전 합의 없이 계약 체결" vs LIG넥스원 "검토 요청, 응하지 않아"
미사일·통합 체계는 LIG넥스원, 레이더·발사대 등은 한화가 각각 생산
납기·가격 두고 갈등 첨예…방위사업청 중재 나서

[서울=뉴시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사격 이미지. (사진=LIG넥스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한국형 패트리어트'로 불리는 중거리 지대공(地對空) 유도무기체계 '천궁-Ⅱ'의 이라크 수출 계약과 관련해 LIG넥스원과 한화가 납기와 납품가격 등을 놓고 진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과 한화가 약 3조7000억원 규모로 체결된 천궁-Ⅱ 이라크 수출 계약에 대해 사전 합의 여부와 납기, 납품가격 등을 놓고 맞서고 있다.

천궁-Ⅱ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자산으로 미사일과 통합 체계는 LIG넥스원,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와 차량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생산한다.

한화 측은 LIG넥스원이 납기와 가격에 대한 사전 합의 없이 이라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LIG넥스원은 계약을 앞두고 한화 측에 검토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LIG넥스원은 지난 20일 이라크와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하며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 주요 3개국을 잇는 'K-방공망 벨트'를 완성했다"고 자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공시나 별도 자료를 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현수 LIG넥스원 해외사업부문장은 "이라크와의 협상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빨리 진행됐다"며 "체계종합업체로서 많은 협상을 했고, 이라크 측에서 여러 업체들이 방문할 필요 없이 주계약(주체계) 업체가 와서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부체계 업체다.

이어 "지난 7월 중순 한화 본사를 찾아가 '빨리 이에 대해 검토했으면 좋겠다'라고 요청한 적도 있었지만 답이 제대로 안 왔다"고 덧붙였다.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한화 측 주장에 제대로 협의에 응하지 않은 건 한화라는 게 LIG넥스원의 입장인 셈이다.

반면 한화는 관련해서 회신을 했지만 납기, 가격 등에 대한 답을 LIG넥스원 측으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 7월 납기 등에 대한 LIG넥스원의 요청에 대해 당사의 입장을 회신했지만 수용 여부에 대한 LIG넥스원 측의 답을 듣지 못했다"며 "이후 사전 합의 없이 이라크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최첨단 국산 무기 수출로 K-방산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중동 포인트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국내 업체간 '집안싸움'으로 인해 효과와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방산 수출 기조에 맞춰 최대한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2026년 미군 주도의 이라크 국제연합군의 철수 등 이라크 정세 변화와 재정적 여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LIG넥스원과 한화의 갈등이 심화되자 방산 수출 사업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청이 중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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