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포밍[유희경의 시:선(詩: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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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못지않게 잘하는 일이 있다면 한숨 쉬기.
한숨을 자주 쉬면 복이 달아난다고도 한다.
한숨이란 근심의 표시요, 걱정의 태도일 터.
동시에 나는 나의 한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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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숨 한번에 어떤 생각을 얼마나/ 흘려보낼 수 있는 사람일까// 모든 우연이 겹쳤다// 우연이겠지 의식하는 순간 운명이 멈춰// 이제 잘 모르겠는 사랑을 하려고/ 수소문 끝에 찾은 굴절들’ - 김민지 ‘테라포밍’(시집 ‘잠든 사람과의 통화’)
누구 못지않게 잘하는 일이 있다면 한숨 쉬기. 한껏 들였다 내쉬는 숨에는 절묘한 쾌감이 있다. 가슴과 어깨를 들썩이다 보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보니 습관이 되었다. 때론 “듣기 싫구나.” 지적을 받곤 한다. 한숨을 자주 쉬면 복이 달아난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내겐 남은 복이 한 개도 없겠네’ 싶지만 내심을 입 밖으로 내어놓진 않는다.
“걱정이 있는가 보아요.” 계산대 위에 책을 내려놓으며 단골손님이 물었다. 간밤 잠을 잘 못 잤는데, 티가 나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 아까부터 한숨을 쉬셔서요.” 내가 그랬나, 어리둥절하다 퍼뜩 정신이 든다. 한숨이란 근심의 표시요, 걱정의 태도일 터. 책을 고르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겠다 싶다. 부랴부랴 나쁜 버릇이라고 변명을 해본다. “그럼 다행이고요.” 손님은 웃었지만, 자영업자는 한숨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며칠 전엔 요가 강사인 친구에게 스트레칭을 배우는데, 가장 중요한 게 호흡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동작을 의식하느라 절로 숨을 멈추곤 한다는 것이다. 숨을 멈추면 근육이 경직되고, 그런 채로 몸을 움직이는 건 도움이 아니라 도리어 해가 되고 만다는 이야기에 이의가 있을 리 없다. 동시에 나는 나의 한숨을 생각한다. 한숨, 즉 큰 숨이란 노력이 될 수도 있겠구나. 잔뜩 긴장한 상태를 이완시키고 경직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라면 그저 감출 일만은 아니겠다. 숨이란 사람을 살리는 것. 생명의 꽃 꽃봉오리. 과함을 경계해야 할 뿐이다.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한숨을 쉬고 싶을 때는 스트레칭을 하자는 거였다. 그러면 호흡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한숨을 들키지도 않을 터이니. 제법 그럴듯한 대처법이 아닌가.
시인·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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