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 무용론?…‘파행 초읽기’ 경기의료원장·경상원장 검증 [오상도의 경기유랑]

오상도 2024. 9. 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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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산하기관장 인사청문
내정자들 잇따른 자질 논란 불구
도의회 파행 여파 일정도 못 잡아
9월30일 기한…“일정 조율 어려워”
시한 넘길 경우 도지사 임의 임명

‘고양 K-컬처밸리 사업’ 협약 해제의 후폭풍이 경기도의회에 몰아치면서 산하 핵심 기관장 후보들이 검증 절차 없이 ‘프리 패스’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도의회는 K-컬처밸리 행정사무조사 안건 처리를 놓고 여야 협상이 결렬되는 등 파행을 겪다가 가까스로 정상화됐으나 시급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달리 이달 말까지 예정된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는 기약 없이 늘어진 상태다.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경기도의회 제공
현행 도의회 조례에선 도 집행부가 도의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을 회부한 뒤 늦어도 30일 안에 청문회를 마치고 인사청문보고서를 송부하도록 했다. 만약 이 기간을 넘길 경우 도지사는 인사청문과 관계없이 내정자를 임명할 수 있다.

◆ “검증 반드시 거쳐야”…일정조차 못 잡는 도의회

25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현재 청문 절차를 기다리는 산하기관장 후보자들은 이필수 경기도의료원장 내정자(전 대한의사협회장)와 김민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내정자(전 국회의원)이다. 

도민의 건강과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책임지는 만큼 핵심 기관장으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이들은 임명 전부터 여러 논란에 휩싸이면서 도의회가 조속히 청문 일정에 합의해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내정자는 후보자로 낙점되면서 야당과 노조의 거센 반발을 샀다. 도와 연고는 물론 공공의료기관 경력 부재 등으로 도내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도내 의료계로부터 청문회를 통해 자질을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의협 회장 당선 때는 ‘온건파’로 알려졌으나 법적 처벌을 받은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법과 간호사에게 의료권 일부를 허용하는 간호법을 두고 반대 투쟁을 주도해 정치권, 다른 직역의 의료 종사자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의협 등 의료계는 김동연 지사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축이 된 국회의 간호법 제정 등을 두고 ‘정략적 추진’이라고 비난해, 이 내정자 낙점은 민주당 안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기도의회 광교 신청사. 경기도의회 제공
도의회 국민의힘의 경우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강하게 반대했던 인물인 만큼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협회장직을 그만둔 것으로 안다”며 “임명에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 경선에서 컷오프된 김 내정자 역시 도의회 야당으로부터 오랜 수장 공백을 겪어온 경상원을 정상화하는 해법을 제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을 듣는다. 

한원찬 국민의힘 도의원은 “정치를 했든 다른 일을 했든 전문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김 내정자가 국회의원으로 일하던 시기에 대표 발의한 법안이 거의 없고, 눈에 띄는 간담회도 안 보여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청문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행 조례에 따라 이번 청문회 개최 기한은 요청안이 의회에 회부된 지 20일째인 이달 19일이었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도지사는 다시 열흘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도의회에 요청할 수 있는데 이렇게 도가 재요청한 기한은 이달 30일이다. 도 집행부는 청문 절차 없는 임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여야 모두 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면서 김 지사는 다음 달 1일 후보자 임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 개요. 
◆ K-컬처밸리 논란·인사청문특위 조례 개정이 발목 잡아

행정사무조사 합의에 잔뜩 힘을 뺀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도의회는 전날에야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K-컬처밸리 사업 해제와 관련한 90일간의 행정사무조사 특위 구성을 의결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도의회 경제노동위가 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으나 야당 측에서 협의가 이뤄진 사항이 없다며 반대해 절차를 밟지 못했다. 이후 경제위는 새로운 일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일정의 경우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과 해당 상임위(보건복지위) 심의를 놓고 여야 간 이견으로 근접한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당장 닷새 안의 청문회 개최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 야당 도의원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24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전남 신안으로 워크숍을 떠났다”면서 “남은 기간에도 해당 위원회 소속 여야 도의원들의 일정이 모두 달라 지금으로선 청문회 성사가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극적 타결이 이뤄져 청문회를 치르더라도 준비부족으로 졸속 청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다른 광역의회와 달리 강력한 법적 인사 검증 장치를 지닌 경기도의회이기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불러온다.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를 검증하고 증인·참고인 등으로부터 진술을 청취하는 권한을 조례에 따라 보장받는다. 비슷한 권한을 지닌 건 인사청문특위를 운영 중인 서울시의회 등 손에 꼽을 정도다.
2022년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여·야·정 협의체 첫 회의 직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제공
이번 사태를 두고 도의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준호(국민의힘) 도의회 복지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조례 개정에 따라 양당 협의로 인사청문특위를 꾸리기로 했으나 일정이 늦춰지면서 다시 개별 위원회로 청문 주체가 바뀌는 등 혼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 점을 반성한다”며 “우선 30일까지 청문보고서가 송부되도록 노력하고 어렵다면 도 집행부와 협의해 다음 달이라도 인사청문을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은영(민주당) 도의회 경제위 위원장도 “원래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과 소속되지 않은 의원을 6대 4의 비율로 특위를 구성하도록 했으나 갑자기 청문회 일정이 잡히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일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의회 인사청문 조례

-의장이 요청안 제출 본회의 보고, 위원회 회부
-인사청문 요청안 회부된 날부터 20일 이내 청문회 마쳐야
-부득이한 경우, 도지사가 10일 이내 범위 기간 정해 재요청
-인사청문보고서 기간 내 송부되지 않으면 도지사가 임명 가능

자료: 경기도의회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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