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빈손' 만찬…"인사말도 못해" vs "말할 기회 충분"
친한계 "한동훈 대표에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친윤계 "尹 마주보고 기회 충분…본인이 안한 것"
'독대 요청' 갈등 두고는 "언론 플레이" 비판도
의료 붕괴 사태,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고물가 현상 등 민감한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였음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이 '빈손'으로 끝난 것을 두고, 여권 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부딪치고 있다. '맹탕 만찬'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25일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대표가 뭔가 할 말을 준비해 갔음에도 대통령실에서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한 대표가 지명한 최고위원으로 대표적인 친한계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다른 분들보다 20분가량 일찍 도착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과) 뭔가 말할 기회를 기다렸던 것 같았다"며 "한 대표는 대통령이 좀 일찍 오셔서 '한 대표 나하고 잠깐 얘기합시다'라는 상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대통령이 6시 20~30분 사이에 오신다고 돼 있었는데, 6시 좀 넘어오셨지만 (독대는 없었다)"라며 "한 대표가 (만찬이) 끝나고 나서라도 대통령이 '한 대표 우리 잠깐 얘기할까요?'라는 상황도 내심 기대했던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 초청한 거니까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난 다음에 (한 대표에게) 의견이라도 물어보셨다면 한 대표도 무슨 말을 좀 하려고 했을 것 같다"며 "참석 인원이 27명으로 워낙 많아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대통령께서 '대표 말씀을 하시죠' '원내대표 한 말씀하시죠'라고 했다면 얘기할 기회가 있었겠지만 그런 게 없어 현안 문제에 대해서 얘기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 최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 또한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대표는) 당 대표로서 적어도 인사말씀할 수 있는 정도의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런 준비는 하지 않으셨을까"라며 "그런데 그런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재차 독대가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의 시각은 달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일축했다.
이어 "발언을 하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한 대표 스스로 만찬 자리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거 아니냐"며 "(여당 지도부의) 출범을 축하하고 식사 한번 합시다 정도의 자리였기 때문에 (한 대표가) 거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엄중한 상황에서 밥만 먹고 와서 되겠느냐, 한 판 해야 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분은 조금 다르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면서도 "그런데 그 이야기를 못할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고 막는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만찬 전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오히려 독대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 대표가 독대에서) 들어주기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꺼내놓으면 '내가 이야기는 충분히 했는데 영 귀를 닫고 있더라' 이래서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지 않느냐"며 "만약 수용했다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에게 굴복했다' 이런 프레임을 씌울 수가 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빈손 만찬'을 두고 여당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KBS 라디오 '고성국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소문난 잔치에는 결국 먹을 게 없었다는, 그런 식으로 평가되지 않겠나"라고 촌평했다.
윤 의원은 '독대 요청 갈등'을 두고는 "저 같으면 그렇게 안 한다. 대통령께 직접 문자나 전화를 드려서 '잠깐 뵙고 싶다'고 할 것"이라며 "(독대 요청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 대통령실에서는 언론 플레이로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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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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