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케이뱅크 구주매출 안한다...6개월 보호예수
우리은행 보유주식 82%에 6개월 락업…지분 8.9% 상당
상장 직후 매각해도 차익 최대 570억원 수준 그쳐
케이뱅크가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2대주주인 우리은행이 구주매출로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상장 후 6개월 동안 보유 지분의 80% 상당에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오는 10월 말 케이뱅크 상장 시 지분 매각으로 거둘 수 있는 이익이 제한적인 만큼 우리은행이 상장 직후 곧바로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2대주주 우리은행, 구주매출 안해...보호예수 설정
25일 금융권과 IB업계 등에 따르면 케이뱅크 지분 12.15%(25일 기준)를 보유한 2대주주 우리은행은 구주매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공모 후 전체 보유주식(4563만5977주)의 81.94%인 3739만4971주(공모 후 지분율 8.97%)에 대해 신규 상장일로부터 6개월 동안 의무보유키로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의 전략적 투자자(SI) 성격을 띠고 있어 구주매출에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같은 달 21일과 22일에 걸쳐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장 예정일은 10월 30일이다.
케이뱅크의 공모 예정 물량은 8200만주로, 구주와 신주를 각각 절반씩 구성했다. 구주매출에는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FI들이 참여해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상 케이뱅크 지분 의무보유대상자는 아니다. 그러나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의무보유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주주에 대해서는 2년까지 의무보유 기간을 협의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6개월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의 전략적 투자자(SI)라는 판단 하에 이뤄졌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설립 초기부터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왔다. 재무적 투자 뿐만 아니라 우리은행 직원 수십여명이 케이뱅크로 이직하는 등 인적교류도 이뤄졌다.
현재도 케이뱅크 이사회에는 우리은행 전 수석부행장이었던 이동건 사외이사를 비롯해 전 우리금융 자금세탁방지부 본부장이었던 탁윤성 소비자보호실장(사내이사) 등 우리은행 출신 인사가 자리잡고 있다.
매각 실익 크지 않아…"상장 직후도 매각 가능성 낮아"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 82% 상당에 대해 6개월 동안 락업(보호예수)를 걸면서 상장 직후 우리은행이 매각할 수 있는 지분 규모는 824만1006주로 줄어들었다.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주당 취득가는 5000원이다. 만약 케이뱅크 상장 직후 지분을 매각한다고 하면 우리은행이 거둘 수 있는 매각 차익은 주당 희망 공모가 하단(9500원) 기준 370억8453만원, 상단(1만2000원) 기준 576억8704만원이다.
업계는 상장 직후 거둘 수 있는 매각이익이 크지 않은 만큼 우리은행이 상장 직후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에 투자한 건 장기적인 협업을 위한 것"이라며 "보호예수 외의 물량을 매각한다고 해도 이익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단기에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6개월 뒤에는 팔까
우리은행이 구주매출을 하지 않은 것은 주관사 측에서 우리은행을 SI 투자자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표기하고 회계상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지분법을 적용하고 있다.
회계상 분류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은행의 주요주주로 참여한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 이상의 역할이 주어진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민은행 또한 카카오뱅크 상장 후 6개월 보호예수를 걸고, 락업 해제 이후에도 약 6개월이 지나서야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우리은행 또한 6개월이 지나 락업이 해제되더라도 바로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구주매출이 50%로 결정된 데는 FI 등 주요주주들의 의견이 세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반면 우리은행은 당국과의 관계 등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을 주장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급락했던 선례가 있었지만, 현재 케이뱅크의 공모가 기준으로 추산한 상장 후 PBR이 1.69~2.04배 수준으로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 PBR(7.3배)와 비교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일한 상황으로 가정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현재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해 실탄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동양·ABL 생명 인수 추진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폭이 크지 않아 이번 상장 시에 케이뱅크를 구주매출로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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