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윤-한 만찬…친한계 "용산, 상황 인식 완전히 달라"
한 마디도 못한 한동훈, 독대 재요청
김종혁 "與 대표 만나는 게 시혜인가"
장동혁 "'007 작전'처럼 해서도 안 돼"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전날(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 회동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것을 두고 지도부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정 결속' 차원의 만찬이 자칫 더 큰 윤-한 갈등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만찬은 약 90분 진행됐다. 하지만 총 27명이 야외에서 단체로 만찬을 하면서, 김건희 여사 문제와 의정갈등 등 민감한 현안은 다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만찬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별도 영상 제공 없이 단체 사진 등 단 3장의 사진만 공개했다.
특히 이날 만찬 행사에선 한 대표를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의 인사말 순서도 없었다고 한다. 두 달 전 만찬 때 윤 대통령이 지도부를 향해 "한 대표를 외롭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한 대표와 맥주와 콜라로 '러브샷'을 가졌던 것을 보면 이번 만찬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돌고 있는 냉기류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친한계로 꼽히는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만찬 회동에서 한 대표가 말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대표가 만찬 시작 시간인 6시 30분보다 20분 가까이 먼저 가 기다렸는데, 아마 대통령이 좀 일찍 와서 '한 대표 나하고 잠깐 얘기합시다' 이런 상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행자가 '대통령이 한 말씀 하고 적어도 대표가 화답의 메시지를 하게 되는데, 그 기회도 없었다는 것이냐'고 묻자 "그런 것이 없었다"며 "대통령이 말하면 다른 분들이 중간중간 추임새 비슷한 말을 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동이 '빈손'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다른 것 같다"고 대통령실을 겨냥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와 저희 당 입장은 의정갈등 등 현안과 관련해 '굉장히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입장인데, 대통령님과 그 주변 참모들은 '이건 개혁이니 그냥 밀고 가야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국민들이 10년 후, 15년 후 개혁의 성과를 기대하며 이 정부에 투표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은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대통령실은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대표가 전날 만찬 후 홍철호 정무수석을 통해 재차 요청했다는 '윤 대통령과 1대1 독대'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나는 게 무슨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지 않나. 당연히 만나고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본인이 임명한 분들의 얘기만 들을 수는 없는 것이지 않나. 껄끄러운 얘기를 하는 분들이나 정치인들 얘기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도 전날 만찬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그간의 여러 만찬 자리에 비춰보면 깊이 있게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들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독대가 안 된 점이 더 아쉬운 것 같다"고 평했다.
장 최고위원은 "보통 그런 자리면 당 대표와 원내대표도 인사를 하고, 그런 계제에 민심도 전달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어제는 그런 기회 없이 곧바로 식사를 시작했다"며 "때문에 현안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그런 기회는 따로 없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한 대표 입장에서 지금 상황은 만찬만 하기에는 녹록지 않다"며 "만찬 자리에서 공식적 인사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대표가) 준비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그런 기회도 없어서 좀 아쉬운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장 최고위원은 독대에 대해서도 "이뤄져야 한다. 정국을 풀어갈 수 있는 허심탄회한 논의와 대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지극히 당연하고 필요한 일인 대통령과 여당의 대표가 만나는 일에 대해서 이것이 무슨 '007 작전'처럼 이뤄질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도 덧붙였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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