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빗썸, 8개월 만에 또 무료 수수료 카드 꺼낸 이유는
美 빅컷 등 호재에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빗썸, 내년 IPO 앞두고 경쟁력 개선 숙제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무료 수수료 카드를 다시 꺼냈습니다. 최근 선두 업비트와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자 다시 ‘고육지책’을 가동한 것이죠. 여기에는 내년을 목표로 한 증시 상장을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빗썸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빗썸은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창립 11주년을 맞아 다음 달부터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에도 창립 10주년을 기념한 무료 수수료 정책을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이어갔습니다.
8개월 만에 수수료를 다시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최근 업비트와 점유율 차이가 다시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자산 통계분석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78%에 이른 반면 빗썸은 18%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빗썸이 업비트와 점유율 경쟁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았습니다. 업비트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대형 코인의 거래 비중이 크고, 빗썸은 다양한 종류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이 상장돼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는 국내에서 거래되는 수백 개의 가상자산에 대해 상장 적정성을 평가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법이 시행된 후 국내에서 알트코인에 대한 투자 심리도 한풀 꺾였죠. 이 때문에 대형 코인이 주로 거래되는 업비트는 영향을 덜 받았지만,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컸던 빗썸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빗썸은 앞서 4개월간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봤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빗썸의 점유율은 10%를 밑돌았지만, 무료 수수료 정책 이후 30% 초반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습니다. 때맞춰 올해 초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돼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하면서, 빗썸의 무료 수수료 정책은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호재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점도 빗썸이 또다시 무료 수수료 정책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한동안 침체가 이어졌던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커지자, 무료 수수료를 통해 미리 이용자를 붙잡겠다는 게 빗썸의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는 것이죠.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나 낮춘 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도 잇따라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습니다. 줄곧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발언을 쏟아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지난 22일(현지시각) “가상자산을 포함한 혁신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빗썸은 이미 수년 전부터 업비트에 추월을 당한 상태였습니다. 거래소 설립 시점은 빗썸이 빨랐지만, 업비트가 지난 2020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손잡은 이후 점유율을 빠르게 올리면서 최근 몇 년간 ‘만년 2위’로 내려앉은 것이죠.
업비트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빗썸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점유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 이사회에 복귀한 이후 무료 수수료 정책을 도입했고, 올해 들어서는 제휴 은행을 기존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을 새 파트너로 삼아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해부터 빗썸이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은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선 업종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장기간 지속 가능한 실적을 내야 합니다. 지난해 반도체 설계업체인 파두가 실적을 부풀려 상장됐다가 주가가 폭락해 파문을 일으킨 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 요건은 더욱 엄격해졌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유율에 허덕이면서 업황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는 현 상황에서는 빗썸이 상장 심사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빗썸이 무료 수수료를 감수하더라도 업비트와 대등한 점유율 경쟁을 펼칠 정도로 시장 내 위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가동했다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이미 앞서 무료 수수료 효과가 입증된 이상 이번 이벤트 역시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국내 거래소는 대부분의 수익이 수수료에서 나오기 때문에 빗썸의 실적 개선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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