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한동훈에게 독대·발언 기회 안 줘” vs 친윤계 “스스로 얘기 안 해”
지난 24일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을 놓고 친한동훈(친한)계와 친윤석열(친윤)계가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친한계 인사들은 한 대표가 만찬 자리에 일찍 도착했음에도 현안을 논의할 독대와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불만을 드러낸 반면, 친윤계는 한 대표가 발언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반박했다.
대표적 친한계 인사인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5일 SBS 라디오에서 전날 만찬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며 “산적한 현안들이 있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한동훈 대표가 독대를 요청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독대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찬에서 현안도 논의되지 않았다며 “독대는 아니더라도 현안에 대해 충분하게 대화가 오갈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분들에게는 만찬만 하고 결국은 끝나는 자리가 돼 아쉽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만찬에서 한 대표에게 발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찬자리였으면 당연히 당대표로서는 적어도 건배사나 인사말씀 할 수 있는 정도의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한 대표도) 준비하지 않으셨을까”라며 “그런데 그런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한 대표가) 재차 독대가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전날 만찬 자리에서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재요청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채널A 유튜브에서 “한 대표가 술을 못하니까 한 대표를 배려해 (만찬에서) 오미자 주스를 내놨다고 하던데 일부에서는 그 ‘노 알코올’이 ‘노 건배사’를 위한 사전 포석 아니었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대통령께서 ‘요새 민심이 어떠냐’는 말이라도 해야 현안 얘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한창 원전 이야기를 하는데 (한 대표가) 의정갈등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면 의정갈등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 문제를 주로 논의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그런 부분들에 대한 말씀을 오히려 주로 하시지 않으셨을까”라며 “지금 독대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독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두세 번이라도 독대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서 “국민들은 여러 민생 현안, 의정 갈등, 김 여사 문제 등에 대해 과연 어떤 얘기가 나올 것인지 상당히 관심을 갖고 궁금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그런 논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발걸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기대해 만찬 자리에 일찍 도착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도 혹시라도 대통령이 좀 일찍 오셔서 ‘한 대표. 나하고 잠깐 얘기합시다’ 이런 상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대표가 재차 윤 대통령 독대를 요청한 배경을 두고 “원래는 대통령이 다른 분들 다 가는 것 보고 ‘내가 가겠다’라고 했는데, 주변에서 참모들이 ‘먼저 가시죠’라고 해서 먼저 가셨다”며 “한 대표는 아무런 얘기도 못 했는데 밥만 먹고 왔다는 얘기, 비판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으니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안 논의 없는 ‘빈손 만찬’이란 지적에 대해 “전부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 브리핑이 가장 정확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브리핑에서 만찬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며 원전 수주 성과 등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만찬장에 갈 때는 저도 마음이 무거웠다”며 “만찬이 의료개혁 문제로 한차례 연기됐고 대통령 체코 순방 기간에 한동훈 대표의 인터뷰, 독대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는 그나마 서로 간에 약간의 신뢰는 회복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는가”라며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대표가 발언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 “한동훈 대표께서도 바로 대통령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면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말도 못하게 막는 분위기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동훈 대표 스스로는 이 자리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거 아닌가 그렇게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보도로 알려진 데 대해 “독대 요청을 한 것이 만천하에 공개가 돼 있는데 이게 잘 안 받아지면 대통령이 여론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귀를 닫고 있다 이렇게 비판을 받을 소지를 공개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라며 “어려운 국면으로 대통령을 자꾸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라 생각할 수가 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석자들도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말을 하고 싶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의 발언권을 막은 사람은 없다. 아주 편안한 분위기였다”며 “다른 의원들은 다 편하게 말씀하시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한 대표가 일부러 아무 말을 안하는 느낌을 받았다. 의지만 있었으면 충분히 원하는 말을 할 수 있었다”면서 “독대를 원하는 한 대표의 의도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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