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권위자 르쿤 “AI, 언어학습만으론 인간지능 초월 한계···로봇 결합 등 韓에 기회”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4. 9. 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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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르쿤 뉴욕대 교수 ‘글로벌AI프론티어랩 개소식 기념 간담회
변호사 서류는 써도 4세 수준 식탁 정리는 못하는 게 AI 현실
시각·촉각·물리학 추론 등 새로운 AI시스템 개발로 전환해야
“AI와 로봇 결합, 매우 중요한 분야”···한국의 잠재력 세계 최고
‘초지능’ AI, 인류 위협 아냐···“똑똑한 동료와 같은 관계될 것”
인공지능(AI) 분야 권위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한-미 공동 ‘글로벌AI프론티어랩’ 개소식에서 한국 언론을 만나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서울경제]

인공지능(AI)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인간과 동물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를 만들려면 현재 유행하는 언어 학습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AI 시스템 개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AI의 발전 과정에서 로봇과의 결합을 “매우 중요한 분야”로 꼽으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르쿤 교수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와 함께 AI 연구분야의 4대 대가로 꼽힌다.

르쿤 교수는 24일(현지 시간) 미국 브루클린에서 열린 한-미 공동 ‘글로벌 AI 프론티어랩’ 개소식 행사에서 “AI시스템은 현재 텍스트로 제한되며 텍스트 훈련 만으로는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수 없다”며 “AI 시스템을 동물과 인간에서 관찰되는 지능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매우 근본적인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AI가 변호사 대신 문서를 작성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식탁 정리나, 17세 학생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자동차 운전 등은 여전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르쿤 교수는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AI 열풍이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르쿤 교수는 현재의 투자 규모가 적절한 수준인지에 대한 질문에 “만약 5~10년 안에 인간 수준의 지능에는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비슷한 수준으로 가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면 현재의 투자는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AI에 대한 관심이 천장에 부딪히고 성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획기적 발전에 이르는 새로운 방법을 찾지 못하는 시나리오도 있다”며 “이 경우 투자는 감소하고 (AI는) 거품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르쿤 교수는 이에 거대언어모델(LLM)이나 생성형 AI에 집중된 연구에서 벗어나 물리 개념 등을 이해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봤다. LLM은 챗GPT의 기반이 되는 AI 모델로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훈련해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데 특화된 방식을 말한다.

그는 새로운 AI시스템 주요 모델로 ‘제파’(JEPA: Joint-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를 제시했다. 이미지와 비디오를 통해 이해하고 배우는 비생성형 AI 모델이다. 르쿤 교수는 “내가 기대하는 첫 번 째 혁신은 AI가 비디오를 보면서 동물이나 인간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우는 시스템”이라며 “이는 언어 모델도, 생성형 모델도 아니며 현재 상당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르쿤 교수는 이와 함께 “내가 테이블 위의 물건을 밀면 물건이 움직이지만 같은 힘으로 테이블을 밀때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물리학 개념을 추론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며 “고양이는 생후 몇 주 만에 이걸 배울 수 있지만 이를 기계에게 적용하는 것은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대 언어 모델은 전체 AI시스템에서 일부가 될 수는 있지만 중심이 될 수는 없다”며 “(언어 외에) 세상의 정신을 반영하는 모델이 미래 발전의 중요한 측면이고, 바로 이번 연구센터가 만들어진 핵심 이유”라고 설명했다.

르쿤 교수는 이같은 모델을 적용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AI가 탄생하는 데는 10년, 길게는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봤다. 르쿤 교수는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텍스트로 AI가 훈련돼 있기 때문에 매우 똑똑하다고 믿을 수 있지만 4살 짜리 아이는 (텍스트 외에) 시각이나 촉각 정보를 통해 (AI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추고 있다”며 “세상을 관찰하고 상호작용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는 우리에게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르쿤 교수는 이같은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한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선두에 설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이론부터 알고리즘, 애플리케이션, 하드웨어, 심지어 로보틱스까지 모든 스펙트럼을 망라해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 뿐”이라며 “특히 로봇 공학은 앞으로 10년간 매우 중요한 분야로 AI와 상호작용을 통해 굉장히 대중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르쿤 교수는 다만 정부 주도의 AI 프로젝트는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프랑스나 다른 유럽 국가, 아랍에미레이트, 중국 등에서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이런 시스템은 결국 최고의 기술회사에서 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뒤쳐져 있기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며 “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백, 수천 명의 전문 인력 등을 투입하고 이런 시스템을 미세 조정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전 세계 어느 정부도 AI 중심의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기술 기업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며 “메타와 같이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하고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르쿤 교수는 AI의 발전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는 전망도 밝혔다. 그는 “어떤 이들은 기계가 우리보다 더 똑똑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는 자신보다 똑독한 동료와 함게 일하는 데 매우 익숙하고, 이것이 바로 앞으로 인간과 AI시스템과의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AI에 대한 과장된 우려를 기반으로 규제를 수립한다면 정보 공유를 막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오히려 AI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AI 포용적 규제를 강조했다.

르쿤 교수는 앞으로 같은 뉴욕대의 조경현 교수와 함께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의 공동 소장을 맡는다.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한국 연구진들은 해외 파견 형식으로 현지에 상주해 연구를 수행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은 개소식에서 “한국과 미국의 AI 협력·혁신에서 새 전환점을 맞이하는 중요한 순간”이라며 미국과 AI 연구에서 협력 관계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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