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불씨’ 못 끈 尹-韓 만찬…친한계 “대화 기회도 안 줬다”
“의정갈등·특검법 등 현안 언급되지 않아”
사라진 당정화합 메시지…친한계 불쾌감도
‘추가 독대 요청’ 놓고도 친윤-친한 엇박자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두 달 만에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 회동이 ‘윤한 갈등’의 불씨를 끄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약 1시간30분 동안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만찬에서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와 정기국회 일정을 주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당정 화합 메시지 또한 없었다.
친한동훈(친한)계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5일 오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야외에서 식사를 했고, 테이블이 길게 있었기 때문에 집중해서 어떤 무게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라며 “곧바로 식사를 했었기 때문에 현안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그런 기회는 따로 없었다”고 전날 만찬 분위기를 전했다. 장 최고위원은 “만찬만 하고 결국은 끝나는 자리가 되어서 좀 아쉽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며 “깊이 있게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독대가 안 된 점이 더 아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용산 대통령실 야외 분수정원에서 진행된 만찬에서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와 함께 원전 산업 발전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배사나 발언권도 돌아가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원전에 관해 대화를 하다보니 학구적인 분위기에 가까웠다”며 “여야의정 협의체나, 특검법 같은 무거운 주제들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체코 원전산업 현황과 현지 맥주 등을 주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이야기를 마친 이후에는 다가오는 정기국회 국정감사 대응 및 주요 민생법안 처리에 대한 당부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국감 일정, 육아지원법 등 민생법안을 각각 설명했다. 건배사를 포함해 만찬 내내 당정 화합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한 대표가 선출된 직후였던 7월24일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외롭게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 친한계 지도부 참석자는 “당이나 대통령이나 다 지지율도 안 좋은데 왁자지껄하게 ‘똘똘 뭉치자’는 얘기를 했다간 밖에서 ‘아직도 정신 못차리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으니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불쾌감도 감지됐다. 또 다른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국회 상황과 관련해 원내대표에게만 보고를 받고, 한 대표는 아예 대화에 끼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다른 참석자도 “애초에 대화를 할 수 있는 물리적 상황이 아니었다. 체할 것 같았다”며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해 보라고 했다면 의료개혁이나 특검법에 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 그럴 기회 자체를 안 줬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만찬이 종료된 직후 홍철호 정무수석에게 ‘조만간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재차 독대를 요청한 상태다. 친한계는 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고, 당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두 사람의 만남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친윤석열(친윤)계에서는 한 대표의 ‘공개적인’ 독대 요청에 비판적이다. 한 대표가 앞서 독대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언급하겠다고 암시했던 만큼, 독대 요청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 지도부의 친윤계 인사는 통화에서 “조용하게 가면 (지도부가 아닌) 일반 의원들도 언제라도 만나주시는데 왜 언론에 자꾸 노출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여당 대표가 도움이 되지 못할망정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만찬에는 총 27명이 참석했다. 당에서는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김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과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 곽규택·한지아 수석대변인 등 16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을 포함한 12명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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