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려고 퇴직연금도 깼다… 중도인출자 3.2만명, 역대 최대

중도인출 금액 지난해 상반기 7386억… 전년대비 49% 증가

지난해 상반기 주택구입을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가입자가 37%가량 늘고 중도인출 금액도 50% 가까이 폭증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은 경기 광주시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스1

지난해 상반기 주택구입을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가입자와 인출 금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인출자 수는 37%가량 증가했고 중도인출 금액도 50% 가까이 폭증했다.

2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퇴직연금 중도인출자 수는 전년 대비 26.8% 증가한 3만2745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상반기 30.2%, 2022년 상반기 10.6% 각각 감소한 뒤 3년 만에 반등했다.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가입자가 1만6545명(36.9%) 증가해 전체 인원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퇴직연금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 집값이 바닥을 다졌다는 판단을 한 국민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택구입 목적 퇴직연금 중도인출자 수는 2020년 상반기 30.7% 증가한 1만3290명, 2021년 상반기 17.9% 증가한 1만5674명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2022년 상반기 22.9% 감소 전환한 1만2085명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상반기 반등했다. 전체 인원에서 주택구입 목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50.5%로 절반을 넘어섰다.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을 해지한 인원도 2년 연속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8942명이 주거 목적 임차보증금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했다.

2020년 -1.1%, 2021년 -11.3%를 기록하며 2년 연속 감소했으나 2022년 상반기 전년 대비 14.3% 오르며 증가 전환했다. 전체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3%였다.

지난해 상반기 전체 퇴직연금 중도인출자 가운데 주택구입 또는 주거목적 임차보증금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비중을 합산하면 77.8%다.

주거 목적 중도인출 비중은 2018년과 2019년 50%를 소폭 상회했으나 2021년 상반기 79.8%로 대폭 상승했다. 이후 2022년 77.1%, 2023년 77.8%를 기록하며 3년 연속 80%에 육박하고 있다.

주택구입 목적 중도인출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7385억5300만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는 전년(4954억1600만원) 대비 49.1% 증가한 수준이다.

2021년 상반기 6702억5600만원에서 2022년 상반기 4954억1600만원으로 26.1% 감소했다가 지난해 상승 폭이 커지면서 2021년 상반기(6702억5600만원) 금액을 웃돌았다.

임차보증금 명목 중도인출 금액도 전년대비 23.1% 증가해 3089억5700만원을 기록하면서 가장 큰 규모였다. 주택구입과 주거목적 임차보증금을 합한 규모는 전체 중도인출 규모(1조2145억900만원)에서 86.2%를 차지한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