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축제 함께 즐길까… 거장 감독들 신작 엿볼까[부산영화제 가이드]

이정우 기자 2024. 9. 2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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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2일 개막 ‘부산국제영화제’ 관전포인트
축제파라면…
미겔 고메스 등 거장 대거 내한
관객 만남·마스터클래스 마련
故이선균 추모 회고전도 열려
영화파라면…
‘아노라’ ‘룸 넥스트 도어’ 등
세계 3대영화제 수상작 모아
왕빙 감독 ‘청춘’ 등 신작 눈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세계의 주요 영화와 영화인들이 모인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룸 넥스트 도어’. 부산영화제 제공

영화냐, 축제냐, 그것이 문제로다.

올해 가을에도 어김없이 아시아 최대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10월 2일 막을 열어 10일간 펼쳐지는 제29회 부산영화제는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하며 시대에 발맞추는 기민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칸·베니스·베를린 등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과 영화인들을 알차게 모으며 국제영화제로서 본분을 다했다. 스타들을 보며 분위기를 즐길 ‘축제파’와 좋은 영화 찾기에 여념 없을 ‘영화파’를 위한 관전 포인트를 추려봤다.

포르투갈의 미겔 고메스 감독. 부산영화제 제공

◇영화인들과 함께…‘축제파’

올해 아시아영화인상은 일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초대 수상자 량차오웨이(양조위), 지난해 수상자 저우룬파(주윤발)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현재 뜨거운 일본 뉴제너레이션의 맏형격으로 장르 영화 외길을 고집한 그를 만날 기회다. 신작 ‘클라우드’와 ‘뱀의 길’ 두 편을 선보인다.

포르투갈 거장 미겔 고메스의 장편 8편을 모두 만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올해 영화제가 가장 힘을 준 기획 중 하나다. 감독 본인이 최고작으로 꼽는 첫 장편 ‘네게 마땅한 얼굴’부터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그랜드 투어’까지 상영된다. 고메스는 관객과 만나고, 핸드프린팅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의 거장 지아장커도 신작 ‘풍류일대’를 들고 내한한다. 페르소나인 배우 자오타오도 함께한다. ‘산하고인’(2015)과 ‘강호아녀’(2018)에 이어 자본주의가 진행 중인 중국의 풍경과 그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인민의 모습이 담겼다. 홍콩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여류 감독 허안화의 마스터 클래스도 열린다.

제29회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클라우드’. 부산영화제 제공

뉴커런츠상 심사위원단의 면면도 흥미롭다. 중화권 3대 영화제를 20대에 이미 석권하며 연기력과 흥행력을 검증받은 중국의 대표적 여배우 저우동위(주동우)와 여성 배우들에게 히잡을 씌우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자국에서 태형과 징역형을 선고받고 망명 중인 이란 감독 모하마드 라술로프가 영화제를 찾는다.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씨,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의 방문도 눈길을 끈다. 그의 주연작이자 첫 연출작인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가 영화의전당에서 야외 상영된다. 유타카는 내한한 뒤 유튜브 등 방송 출연도 타진 중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의 회고전도 열린다. 영화 ‘끝까지 간다’ ‘기생충’ ‘행복의 나라’ 등 그의 대표작 6편이 상영된다. 작품을 함께 했던 동료 배우와 감독들이 그를 추억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이선균에겐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도 수여된다.

황정민, 설경구, 박보영, 천우희는 ‘액터스 하우스’를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난다. 개막작 ‘전, 란’의 주연 강동원과 박정민,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의 송중기, 청춘영화 ‘청설’의 홍경과 노윤서 등도 영화제 참석이 기대되는 얼굴들이다. 개막식 사회는 최수영과 공명이 맡았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노라’는 한 스트리퍼의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다. 부산영화제 제공

◇작품에 집중하는 ‘영화파’

올해 부산영화제는 예산 삭감에도 불구하고 칸·베니스·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주요 수상작들을 대거 모셨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와 심사위원상과 출연 여배우들에게 모두 여우주연상을 안긴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 데미 무어의 파격 연기로 화제가 된 각본상 수상작 ‘서브스턴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룸 넥스트 도어’ 등이 주목된다.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와 심사위원상을 받은 브루노 뒤몽 감독의 ‘엠파이어’도 눈에 띈다.

브루노 뒤몽 감독은 신작 ‘엠파이어’를 통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비튼다. 부산영화제 제공

국내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거장들의 신작을 만나는 것은 영화제를 찾은 관객의 특권이다. 프랑스 감독 알랭 기로디의 ‘미세리코르디아’와 필리핀 감독 라브 디아스의 ‘판토스미아’, 중국 다큐멘터리 거장 왕빙 감독의 ‘청춘’(하드타임즈·홈커밍)을 만날 수 있다.

‘퐁네프의 연인들’부터 ‘홀리모터스’ 등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충격을 줬던 레오 카락스의 단편 ‘잇츠 낫 미’도 눈길을 끈다. 스페인의 젊은 감독 호나스 트루에바의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와 프랑스의 젊은 감독 기욤 브락의 다큐멘터리 ‘올드 랭 사인’, 국내에서 입소문을 탔던 ‘액트 오브 킬링’을 만든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신작 ‘디 엔드’도 기대작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들을 영화제에서 먼저 만나보는 건 어떨까.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의 군대 가기 전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가 최초 공개된다. 할리우드 신흥 명가 A24가 자사 흥행 기록을 경신한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시빌 워’나 배우로 친숙한 제시 아이젠버그가 연출해 선댄스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리얼 페인’ 등도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관객과 만난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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