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뛰놀고 또래끼리 배려하고… ‘놀이 엑스포’ 가니 웃음 만발[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다문화 가정 아동·부모 참가
한국의 고무신 던지기 놀이와
베트남 공기놀이 등 함께 체험
부모들에겐 인권교육도 진행
“제가 소중한 존재란 점 알게돼
친구들과 함께하며 더 친해져”
“어린이의 ‘놀 권리’를 인식하게 되었고, 제가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어요. 친구들과 힘껏 ‘우리의 놀 권리를 지켜주세요’ 구호를 외치며 캠페인 했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초록우산 - 달서구 신당종합사회복지관의 ‘놀-잇多(놀잇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교 6학년 전모 양은 이렇게 말했다. 놀잇다 프로그램이란 놀이 콘텐츠가 부족한 ‘이주배경 아동’의 놀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진행하는 초록우산의 사업이다. 전 양은 “무엇보다 친구들과 같이 놀면서도 나의 권리를 알릴 수 있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며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다문화·탈북 등 본인이나 부모가 국제 이주배경을 가진 이주배경 아동은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 적응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관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성서산업단지의 외국인·다문화가정 인구 비율은 매년 증가세다. 달서구 신당동의 한 초등학교는 이주배경 아동 수가 전체의 80%를 넘었다.
이주배경 아동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지원 정책도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이주배경 아동은 여전히 또래 집단 간 관계 문제, 낮은 자아존중감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복지관 측의 설명이다.
특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권리는 놀 권리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여가와 놀 권리)에서는 아동은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명시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정의한 놀이는 ‘재미있고, 정해진 답이 없으며, 도전적이고, 유연하며, 비생산적인 것’이다. 아동 스스로 주체가 돼 아무 목적 없이 놀 때 아이들은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며 신체적·사회적·정서적·인지적 발달을 이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주배경 아동 대부분은 놀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달서구 한 초등학교의 이주배경 아동 대부분은 방과 후 활동 뒤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초록우산 조사 결과 놀이터에서 놀기보다는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는 아이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또 아동 대부분이 ‘놀 권리’에 대해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었으나, ‘나는 충분히 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질문에는 60% 이상이 ‘모르겠다’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달서구 신당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보편적 권리인 놀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이주배경 아동들의 환경 개선이 시급했다”고 말했다.
복지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놀-잇多(놀잇다)’ 사업을 기획해 올해 1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놀’은 나의 놀 권리를 이해하기 위한 자기탐색 과정이다. 놀이전문가를 통한 놀이교육과 놀이·다문화·인권을 접목한 활동을 진행한다. ‘잇’은 아이들이 이어질 권리다. 아동과 아동, 아동과 지역사회 간 다문화·놀 권리 이해 증진을 목표로 한다. 마지막 ‘다(多)’는 다양할 권리다. 놀이엑스포 개최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이주배경 아동의 놀 권리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복지관은 대구 달서구의회, 초등학교, 지역아동센터, 종합복지관 총 14개소와 참여 아동이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 기관 간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 강사를 초빙해 참여 아동과 그 보호자에게 인권교육을 실시, 아동뿐 아니라 보호자도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했다. 놀이전문가를 지역아동센터 등에 파견해 ‘찾아가는 놀이교실’을 진행,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컸던 활동은 한국 전통놀이·세계의 놀이 체험부스를 설치해 ‘다문화와 놀 권리’ 두 가치를 동시에 전파한 ‘놀이엑스포’다. 지난 5월 25일 대구 두류공원 시민광장에서 아동 664명, 보호자 1404명과 함께 진행된 놀이엑스포에선 한국의 고무신 던지기, 베트남의 공기놀이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펼쳐졌다.
복지관은 놀잇다 사업의 기대효과로 △이주배경 아동의 또래 관계 개선, 차별 없는 성장 환경 조성 △지역사회 내 놀 권리·놀이문화 확산 △아동의 권리 증진 및 아동 관련 정책 수립영향 등을 제시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모(10) 군은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이 가장 좋다”며 “친구들과 놀이를 통해 협력하고 배려하는 법도 배웠는데, 그동안 체험한 놀이들을 학교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모(10) 양도 “놀이뿐 아니라 만들기 수업도 참여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면서 “내년에도 학교 친구들과 함께 또 놀잇다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놀잇다 사업의 담당자는 “참여 아동 스스로가 놀기 좋은 마을을 위해 탐구하고 논의해 직접 권리를 찾는다는 점에 프로그램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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