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층에 들어간 성심당, 누구에게 이득이 됐을까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25. 09:03
[트렌드 언박싱] "어쩌면 유통점들은 지방 소멸을 막는 최후의 보루일지도" (글 : 기묘한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 발행인)
기묘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의 발행인으로, 「기묘한 이커머스 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뉴스레터를 통해 업계 현직자의 관점을 담은 유통 트렌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https://trendlite.stibee.com/ ]
2000년 법이 제정되어 금지되기 전까지,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셔틀버스를 경쟁적으로 운영했다. 당시 내가 살던 중소도시에도 백화점이 처음 들어서면서 셔틀버스가 도입되었고, 이에 반발한 시장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는 아마도 지역 사회와 유통 대기업 간의 첫 정면 대결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에도 지역 상권, 더 나아가 지역 사회와 대형 유통업체 간의 힘겨루기는 계속되었다. 당시 대형 유통기업의 진출은 지역 상권, 특히 전통시장에 큰 위협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시장과 직접 경쟁하던 대형마트가 집중 타깃이 되었다. 2010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의 신규 입점을 금지했고, 2년 후에는 매달 두 번의 의무 휴업 규제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커머스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기존 유통 대기업들은 하나같이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2021년 이후로 신규 점포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규제의 주요 타깃이었던 대형마트는 매년 점포 수가 줄고 있다. 2017년 423개로 정점을 찍었던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는 지난해 400개 이하로 떨어져 397개에 그쳤다. 최근에는 백화점도 지방의 중소형 점포들을 잇따라 폐점하며 대형마트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이들이 떠난 후 지역 사회는 이로 인해 나아졌을까? 대형마트가 떠난 이유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선택했기 때문이지, 전통시장으로 수요가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대형 유통점에서 일하던 인력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지역 경제는 타격을 받고 있다. 자주 이용하던 점포가 사라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편도 커졌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인구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반대로 늘어난 고용도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물류 인프라에 투자해 지방에 신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최대 1만 명을 직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고용뿐만 아니라, 로켓배송 지역을 확대해 지방 소멸을 막겠다는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하지만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아무리 이커머스가 발달하더라도 지역 사회에는 여전히 유통점이 필요하다. 유통점은 단순히 일자리와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으로만 방문하지 않는다. 가족과 나들이를 가거나 친구들과 모임을 갖기 위해서도 찾는다. 이처럼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사회가 활기를 띠게 된다. 특히 이들이 운영하는 문화센터와 같은 시설은 지역의 여가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방 소멸은 지역이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기능을 잃으면서 시작된다고 한다. 유통점들은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최후의 보루 중 하나다. 역세권처럼 '몰세권'(대형 쇼핑몰 인근 지역)이나 '백세권'(백화점 근처 지역)이 부동산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과거 전통시장처럼 지역 유통점포들을 지원해야 할까? 이는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규제만으로는 이미 구조적으로 뒤떨어진 산업을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더구나 소상공인 지원과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상생을 위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은 필요하다. 지역 자치단체, 유통 기업, 그리고 지역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 유통점의 생존 방안을 고민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성공적인 협력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전 롯데백화점은 로컬 브랜드 성심당과 협력해 점포의 경쟁력을 높였다. 백화점의 핵심 위치인 1층에 성심당의 빵집을 대규모로 입점시켰고, 덕분에 백화점 매출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성심당 역시 백화점의 좋은 입지 덕분에 손해 볼 일이 없었다. 이는 로컬 브랜드의 성장과 지역 점포의 상생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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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법이 제정되어 금지되기 전까지,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셔틀버스를 경쟁적으로 운영했다. 당시 내가 살던 중소도시에도 백화점이 처음 들어서면서 셔틀버스가 도입되었고, 이에 반발한 시장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는 아마도 지역 사회와 유통 대기업 간의 첫 정면 대결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에도 지역 상권, 더 나아가 지역 사회와 대형 유통업체 간의 힘겨루기는 계속되었다. 당시 대형 유통기업의 진출은 지역 상권, 특히 전통시장에 큰 위협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시장과 직접 경쟁하던 대형마트가 집중 타깃이 되었다. 2010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의 신규 입점을 금지했고, 2년 후에는 매달 두 번의 의무 휴업 규제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커머스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기존 유통 대기업들은 하나같이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2021년 이후로 신규 점포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규제의 주요 타깃이었던 대형마트는 매년 점포 수가 줄고 있다. 2017년 423개로 정점을 찍었던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는 지난해 400개 이하로 떨어져 397개에 그쳤다. 최근에는 백화점도 지방의 중소형 점포들을 잇따라 폐점하며 대형마트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이들이 떠난 후 지역 사회는 이로 인해 나아졌을까? 대형마트가 떠난 이유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선택했기 때문이지, 전통시장으로 수요가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대형 유통점에서 일하던 인력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지역 경제는 타격을 받고 있다. 자주 이용하던 점포가 사라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편도 커졌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인구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반대로 늘어난 고용도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물류 인프라에 투자해 지방에 신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최대 1만 명을 직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고용뿐만 아니라, 로켓배송 지역을 확대해 지방 소멸을 막겠다는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하지만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아무리 이커머스가 발달하더라도 지역 사회에는 여전히 유통점이 필요하다. 유통점은 단순히 일자리와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으로만 방문하지 않는다. 가족과 나들이를 가거나 친구들과 모임을 갖기 위해서도 찾는다. 이처럼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사회가 활기를 띠게 된다. 특히 이들이 운영하는 문화센터와 같은 시설은 지역의 여가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방 소멸은 지역이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기능을 잃으면서 시작된다고 한다. 유통점들은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최후의 보루 중 하나다. 역세권처럼 '몰세권'(대형 쇼핑몰 인근 지역)이나 '백세권'(백화점 근처 지역)이 부동산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과거 전통시장처럼 지역 유통점포들을 지원해야 할까? 이는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규제만으로는 이미 구조적으로 뒤떨어진 산업을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더구나 소상공인 지원과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상생을 위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은 필요하다. 지역 자치단체, 유통 기업, 그리고 지역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역 유통점의 생존 방안을 고민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성공적인 협력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전 롯데백화점은 로컬 브랜드 성심당과 협력해 점포의 경쟁력을 높였다. 백화점의 핵심 위치인 1층에 성심당의 빵집을 대규모로 입점시켰고, 덕분에 백화점 매출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성심당 역시 백화점의 좋은 입지 덕분에 손해 볼 일이 없었다. 이는 로컬 브랜드의 성장과 지역 점포의 상생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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