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상처 보듬는 남녀 주인공… 둘 사이에 연애가 꼭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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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봉박이김홍'(봉준호·박찬욱·이창동·김지운·홍상수) 이후 뚜렷한 '다음 세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국영화계에 비해 한동안 침체였던 일본영화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후 다음을 책임질 얼굴들이 속속 등장했다.
미야케 쇼 감독은 이미 칸과 아카데미를 석권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더불어 일본 '뉴제너레이션'(새로운 세대)의 대표적 인물이다.
뉴제너레이션으로 묶이지만 하마구치 감독과 미야케 감독은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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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가진 현대인에 위로 건네
소위 ‘봉박이김홍’(봉준호·박찬욱·이창동·김지운·홍상수) 이후 뚜렷한 ‘다음 세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국영화계에 비해 한동안 침체였던 일본영화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후 다음을 책임질 얼굴들이 속속 등장했다. 미야케 쇼 감독은 이미 칸과 아카데미를 석권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더불어 일본 ‘뉴제너레이션’(새로운 세대)의 대표적 인물이다.
미야케 감독의 신작 ‘새벽의 모든’은 월경전증후군(PMS)으로 평소엔 온순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주체할 수 없게 우울하고 날카로워지는 여자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와 공황장애를 겪는 남자 야마조에(마츠무라 호쿠토)가 주인공이다. 각자의 문제로 대기업에 다니다 시골의 조그만 아동용 완구 회사 ‘쿠리타 과학’으로 옮기며 인생에서 낙오된 것처럼 보였던 둘은 이곳에서 서로를 만나 깜깜했던 상대방의 마음에 별이 돼준다.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영화의 출발점”이라는 미야케 감독은 “그렇지만 이들이 가진 병에 관심이 있다거나 약자라고 생각해서 영화를 만든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주인공이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서로를 통해 마음을 고쳐먹는, 변화하는 인간이란 점과 상대를 위해 행동에 나서는 능동성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혼자 있기도 버거웠던 둘은 서로의 말동무가 돼주며 힘든 시기를 버텨낸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던 두 남녀가 연인이 된다는 영화의 클리셰를 이 영화는 지양한다. 후지사와는 야마조에의 자취방에서 감자칩을 입에 털어 넣는다. 둘이 연인 관계로 느껴지지 않도록 미야케 감독이 세심하게 설계한 장면이다. 그는 “이성 간에 연애를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행복하고 서로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곳이 아동용 완구 회사란 설정은 미야케 감독이 각색한 것이다. 두 사람이 어두운 방 안에서 별을 보여주는 완구 ‘플라네타리움’(천체 투영기)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장면은 영화의 핵심이다. 저마다 깜깜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 관객들은 “깜깜한 어둠이 있기에 별이 보이고, 그 별을 보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후지사와의 말에 위로를 받을지 모른다. 미야케 감독은 “초등학생 때 플라네타리움을 보고 마음이 씻겨지고 정화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뉴제너레이션으로 묶이지만 하마구치 감독과 미야케 감독은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현실에 바탕을 둔 듯하지만 생경하고 환상적인 순간을 통해 관객의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하마구치 감독과 달리 미야케 감독은 현실에 발붙인 인간의 노고와 성장을 담담히 풀어놓으며 위로를 건넨다.
미야케 감독 역시 “우리가 찍고 있는 영화들은 전혀 다르다. 영화에 대한 접근법도, 등장하는 배우도 차이가 있다”고 수긍했다. 다만 그는 “앞선 세대 감독들의 영화와는 분명 다르다”고도 했다.
“저는 제 나이에 맞는 영화를 계속 만들어나갈 거예요. 그 전까진 나와 비슷한 사람의 영화만 만들 수 있었던 반면,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부터 나와 다른 존재를 그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40대라서, 50대라서 찍을 수 있는 영화가 다를 거예요. 제 안의 세대를 의식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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