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입도 못 떼”…화기애‘매’ 尹-韓 만찬엔 ‘세 가지’ 없었다

구민주 기자 2024. 9. 2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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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끝난 尹-與 지도부 만찬…고기‧커피 얘기만 회자
‘체코 성과’로 대화 채워…“한동훈 제대로 말할 기회도 안 줘”
①의료‧김건희 등 현안 ②영상 공개 ③독대 기약 모두 없었다
한동훈, 즉각 독대 재요청…대통령실은 또 ‘불편’ 기색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2일 만에 어렵사리 마주 앉은 만찬 회동은 결국 '빈손'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당연히 언급될 것으로 예상됐던 시급한 현안들에 대한 논의는 전무했으며,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성과로 대화 대부분이 채워졌다. 한동훈 대표는 으레 주어지는 '인사말'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고 전했지만 이번 만찬으로 서로 간의 불편한 감정만 재확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일각에선 "화기애애했던 게 자랑이냐"는 자조도 새어나오고 있다.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은 90분가량 이뤄졌다. 당 신임 지도부와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진이 대거 참석해 만찬 인원은 27명에 이르렀다(국민의힘 14명‧대통령실 13명). 김건희 여사는 함께하지 않았다.

이날 만찬은 한 대표가 7·2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다음날인 7월24일 이후 두 번째였다. 최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동반 추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시급한 현안들이 쌓여있던 만큼,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컸다. 그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거절하면서, 만찬 전부터 '빈손 성과'에 대한 우려는 커질 대로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9월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위해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체코 성과 얘기에 다들 리액션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건희 여사 논란 및 사과 문제, 채 해병 특검법 등 민감한 현안은 물론, 응당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의정 갈등' 역시 만찬 중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만찬 수일 전부터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등 의정 갈등 관련한 대화 의지를 드러내 온 한 대표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반면 대통령실은 애초부터 '지도부 상견례' '체코 원전 순방 성과 공유'에 방점을 찍은 채 만찬에 임했고 결국 계획대로 진행됐다. 만찬에 참석한 당 관계자에 따르면, 만찬 대화의 90%가 원전 수주 등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로 채워졌다. 이 관계자는 "주로 대통령이 말씀하시고 배석자들은 리액션을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정작 하려고 했던 말은 운도 못 떼고 끝나버렸다"고 만찬 분위기를 전했다.

당 수장인 한 대표에게 별도 '인사말'을 할 시간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친근한' 대화는 사실상 '소고기'와 '커피' 관련한 내용 밖에 없었다. 만찬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말했고, 이후 한 대표가 아이스라테를 주문한 윤 대통령에게 "감기 기운 있으신데 차가운 것 드셔도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이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상도, 다정한 투샷도 無…韓 독대 재요청에 '난색'

이번 만찬에서 없었던 것은 '현안 논의' 뿐만이 아니었다. 7월 회동 때와는 달리 이번엔 대통령실 전속 영상 촬영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같이 걸으며 대화를 나누거나 손을 맞잡고 찍은 기념사진조차 없었다. 그 대신 만찬 후 다 같이 찍은 단체 사진 4장만 언론에 공개됐다. 만찬도 전부 비공개로 진행됐다. 여기에서도 당정 사이 불편하고 어색한 기류가 읽힌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독대' 또한 예상했던 대로 없었다. 윤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케 할 '의대 증원 재조정' '김 여사 사과' 등 논의를 전면 차단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한 대표는 만찬 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대가 성사됐을 경우 김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과 부정적인 여론을 전달하고 향후 대응을 논의하려 했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안과 관련해 사실상 입도 떼지 못한 한 대표는 이날 만찬 후 가진 10분여의 분수공원 산책 중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다시 잡아 달라"며 독대를 재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 대표는 자신의 재요청 사실을 미리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해당 관계자에게 말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앞서 한 대표의 독대 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 내 갈등이 발생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즉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나아가 한 대표가 '언론에 먼저 알리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유감'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둘의 독대 가능성은 사실상 더욱 불투명해진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득(得)없이 실(失)만…"화기애애? 차라리 싸우며 토론했어야"

만찬 전 독대 거부 사태부터 현안이 실종된 만찬, 만찬 후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과 대통령실의 난색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오히려 틈만 더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참석자는 "만찬 내내 다들 웃고는 있었지만 왠지 모를 어색함과 냉기가 계속 흘렀다"며 "대통령실은 민감한 현안을 피했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며 안도할지 모르겠지만 한 대표는 아마 굉장히 불만족스러웠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동반 지지율 추락 상황에서 만나 '빈손'으로 헤어진 만큼, 양측 모두 득(得)없이 실(失)만 있는 만찬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친한(親한동훈)계 관계자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는 얘기를 듣는 국민들이 과연 '그래, 잘했다'라고 해줄까"라며 "얼굴 붉히더라도 치열하게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더 원하지 않았을까"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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