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무능, 무책임' 재확인 축구협회...홍명보 "사의 없고 성적 잘 내겠다", 이임생 "사퇴하겠다"

권수연 기자 2024. 9. 25.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과 이임생 총괄이사(우측)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국회에 불려나온 대한축구협회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예상을 초월하는 철면피와 무책임함, 답답한 모습만을 보여줬다. 

이 가운데 그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전적으로 맡아온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결국 사의를 표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은 이 모든 문제의 한 가운데서도 "물러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임생 이사는 국회 질의가 이어지던 도중 갑작스러운 사퇴를 선언했다. 

이 이사는 의원들이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붓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과 함께 현재 기술이사직을 그만 두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 위원들에게 '최종 결정을 위임하겠다'는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추궁하자 벌어진 일이었다.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진술한다

축구협회는 지난 6월 감독 선임 작업 도중 정해성 전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한 뒤 해당 전권을 이임생 이사에게 넘겼다. 문체위 측에서는 "축구협회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고, 정관상에도 없다"는 이유로 해당 위임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감독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비판도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은 지난 7월 8일 이임생 이사와 전력강화위원 A씨의 메신저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 속 이 이사는 "XXX 기자에게 제가 최종 결정하겠다고 전화드리고 동의받은 부분만 컨펌해주면 된다"고 A씨에게 요청했다. 이후 6분 뒤 A씨는 "저는 제외하고 진행해달라. 죄송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24일 국회에 출석한 홍명보 감독이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과 인사한다

이 날은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팀 감독 공식 선임이 발표된 날이기도 하다.

이 이사는 홍 감독을 선임하기 전 유럽으로 출국해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 등 기존 물망에 올랐던 외인 감독 후보군을 면담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당시 울산 HD를 지휘하고 있던 홍 감독의 집으로 찾아가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언론을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부정적 의견을 내왔던 홍 감독은 이를 끝내 수락했다.

반면 함께 국회에 출석한 홍명보 감독은 "이 문제로 사임할 생각은 없다"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언젠가는 경질될 것이다. 남은 기간 팀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이어 홍 감독은 특혜에 대한 질문에는 "불공정하거나 특혜가 있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1순위로 나를 올렸다. 2~3순위였다면 안 받았다. 그래서 감독을 맡았다. 대표팀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자리인지 알고있다.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임생 기술이사가 집 근처로 찾아와 면담할 때 한국 축구의 어려운 점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울산이 아닌 국가대표팀에 마지막으로 봉사하기로 결심했다"고 답했다.

외국인 감독에 버금가는 막대한 연봉과 2027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의 임기 보장, 외인 코치 선임 등 넉넉한 '지원'을 받는 홍 감독이 밝힌 '봉사의 뜻'이었다. 사전적인 의미로 봉사는 금전등의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한축구협회의 무질서한 내부행정을 폭로하며 일약 화제가 됐던 박주호 전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위원은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의 뒤에 앉았다.

24일 국회에서 진술하는 박주호 전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

당시 제시 마치 캐나다 대표팀 감독을 후보군으로 추천했던 그는 "복수 투표(선택)였다"며 "순위를 정해 처음 결렬된 제시 마치 감독이 왜 1순위가 돼야하는지 명확한 이유가 있었고,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답했다. 이어 "마지막 9~11차 회의에서 그런 과정보다 빠르게 '이제 그만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홍명보 감독과 바그너 감독이 동일 표를 받았다. 1순위로 홍 감독을 선택한 결정권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 전 위원은 "지금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한번 더 회의할 때 제가 말한 부분은, 이건 투표가 아니고 각자 개인이 좋아하는 감독의 복수 투표였다. 12~16명 되는 감독을 복수투표로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임생 이사가 정해성 전 위원장 사임 후 전강위 위원들에 동의를 구했었냐'는 물음에도 "동의를 구하긴 했으나 제 생각엔 통보"라고 잘라말했다.

양문석 민주당 위원이 "11차 회의는 없다"는 정몽규 회장에게 11차 전력강화회의록을 보여주고 있다

이 날 축구협회를 향한 모든 질문은 답답함이 산적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요구한 공통자료 129건 중 절반 이상은 제대로 된 답변이 오지 않았다"며 지적했다. 

여기에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차 전력강화회의록을 들고나와 정몽규 회장에게 "11차 임시회의가 있었느냐"고 물었고, 정 회장이 "11차는 없었다"고 말하자 "제가 지금 들고 있는 것이 11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 제가 들고 있잖아요 지금"이라고 크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 날 대부분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으며 "홍 감독 선임에 음모나 불공정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은 무에 가까웠다. 오히려 3선 연임 당시 자신의 연임을 승인한 김병철 스포츠공정위원장에게 접대 골프를 했다는 사실만 자인하며 축구협회 내부의 무질서함을 재증명했다. 

 

사진= 연합뉴스, MHN스포츠, 민형배 의원실 자료화면, JTBC 라이브 화면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