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OINT] 이임생, '홍명보 사태 책임지고' 아닌 '너무 억울해' 외치며 사퇴 선언
[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 '홍명보 사태'에 불을 지른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결국 사퇴를 표명했는데 이유는 '억울해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4일 오전 10시부터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현안질의 국회 전체 회의를 진행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박주호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장미란 문화체육부 2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회의원들의 연이은 질타를 받은 이임생 이사는 갑작스럽게 사퇴를 선언했다. 이임생 이사는 선수 시절 국가대표 센터백이었고 유공 코끼리, 부산 아이콘스 등에서 뛰었다. 은퇴 후 감독 생활을 시작해 선전 FC, 톈진 터다 등에서 경력을 쌓았고 수원 삼성 감독을 맡기도 했다. 수원을 떠난 후 대한축구협회로 와 기술발전위원장에 이어 기술총괄이사를 맡았다.
이임생 이사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임한 자리를 맡았다. 정해성 위원장이 있을 때도 감독 선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계속된 엇박자와 대한축구협회 아쉬운 행정 속 비판을 받았는데 이임생 이사가 갑작스럽게 전권을 잡은 후에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자 여론을 폭발했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인맥에 이해 내정된 홍명보 감독이 뽑혔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홍명보 감독을 어떻게, 왜 선임했는지 명확히 말했다면 여론을 잠재우고 정당성을 일단 부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임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임생 이사는 헛발질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 선임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이해 못할 말만 내놓으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결과적으로 대한축구협회가 국회까지 온 결정적 계기를 만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우선 이임생 이사가 전력강화위원장 업무를 대신한 것에 대한 것부터 의구심을 품었다. 이임생 이사는 문제가 없다는 걸 지난 7월부터 강조했지만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정몽규 회장에게 "이임생 이사가 겸임을 한 건 정관 위반이다. 홍명보 감독 선임 이후 이사회 열린 이사회, 안건, 결정사안 어디에도 이임생 이사에게 전력강화위원회 일부를 위임한다는 내용이 없다. 이사회와 전력강화위원회는 다르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만 서로 협의했다고 한다. 이게 바로 정관 위배, 위반이다. 공정하다는 것은 협회 스스로 정관을 만들고 위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임생 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설득할 때 다른 후보들처럼 면접을 본 게 아니라 사실상의 면담, 부탁을 한 게 또 드러났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 힘, 조국혁신당 등 모든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이임생 이사는 선임 발표 기자회견 때와 다른 게 없었다. 설득력 없는 주장을 이어갔고 뜬금 없이 홍명보 감독과 빵집 미팅을 밝혔으며 감정적 호소만 이어갔다.
결정적인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질의 때 나왔다. 민형배 의원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은 이임생 이사가 정해성 위원장이 가진 감독 선임 업무를 대신하는 걸 동의하지 않았으며 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임생 이사가 "모든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 동의를 받았다. 정상적인 절차대로 권리를 받고 선임을 했다"는 주장과 위배됐다.
이임생 이사는 "내 명예가 달린 일이다. 내가 사퇴하겠다. 내가 결정하게끔 부탁을 했고, 동의를 받았다. 박주호 위원과도 2분 44초를 통화했다. 내가 사퇴하겠다. 내가 (전력강화위원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은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질의를 답변하다가 나온 사퇴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또 잘못된 부분에 대해 반성을 통감하고 사퇴를 한 게 아니라 '억울해서 사퇴한다'가 된다. 자료와 근거를 들어 해명을 하고 사퇴하는 게 아닌 '억울해서 못 참겠다'고 하며 사퇴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 발언권을 얻었는데 이 때 이임생 이사는 "한국 선수들이 잔디 상태 때문에 뛰기 힘들어 한다. 의원님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 선수들이 좋은 잔디에서 뛸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귀를 의심케 하는 마지막 발언이었다. 잔디가 K리그 문제이긴 하나 현안 질의와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이었다. 바로 직전에 사퇴 의사를 밝혔기에 고개를 숙이거나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소명을 하는 줄 알았는데 잔디 문제를 언급하고 의원들에게 도움을 호소하자 모두가 놀랐다.
전재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그 문제에 대해) 진짜 도움을 줘야 할 사람들은 앉아 있는 분들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반성을 하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 발언 기회를 줬는데 책임을 돌리고 회피하는 듯한 발언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임생 이사 사퇴가 받아들여지면 이제 대한축구협회를 떠나지만 '홍명보 사태' 여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 사태를 직접적으로 만든 이임생 이사가 떠난다고 끝이 아니라 비정상적 절차로 그에게 전권을 주고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게 했으며 이 모든 분란을 만든 이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임생 이사처럼 '억울해서 사퇴합니다'가 아니라 잘못을 분명히 시인하고 고개를 숙이며 책임을 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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