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뷰] 대통령실 "만찬 화기애애"…한동훈 '독대 재요청'
영상 없이 사진 3장 공개…술 대신 오미자차
국감ㆍ체코 원전ㆍ의정갈등 해법 등 논의
주가조작 의혹 등 김 여사 관련 현안은 빠져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두 달여 만에 공식 회동했다. 당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한동훈 지도부가 완성된 이후 상견례 격 만찬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만남이 화기애애했다고 전했으나, 한 대표가 거듭 요청했던 대통령 독대는 끝내 성사되지 않았고 만찬 직후 한 대표는 독대를 다시 요청해 뒷말을 남겼다.
대통령실 "1시간 30분 내내 화기애애"
대통령실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 "우리 한 대표는 뭐 드실래요"라며 한 대표에게 친근감을 표현하는 등 만찬은 1시간 30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그러나 이날 한 대표는 만찬 회동이 끝난 직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게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재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만찬 시작 전부터 드리운 두 사람 사이의 불편한 기류가 여전함을 확인했다.
여야 관계·국감·원전 수주 등 대화
윤 대통령은 만찬 예정 시각인 오후 6시 30분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 도착해 먼저 와 있던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만찬장에 들어선 윤 대통령은 "반갑다, 잘 지내셨나"라고 인사하면서 다른 참석자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이 "여기서 만찬을 해야지 생각만 했는데, 2022년 분수정원이 만들어진 후, 처음으로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께 먹게 됐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윤 대통령은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메뉴를 소개했다. 이날 만찬은 한식과 함께 건배를 위한 오미자차로 마련했다. 대통령실은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고려해 만찬주 대신 오미차자를 준비했다고 한다.
한 대표 "대통령님 감기 기운 있으신데..."
만찬이 끝나갈 무렵에는 윤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커피를 권하며 "우리 한 대표는 뭐 드실래요"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이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자, 한 대표는 "대통령님 감기 기운 있으신데 차가운 것 드셔도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만찬장의 대화 주제는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 체코 방문과 원전 생태계 등으로 다양했다. 의정 갈등 해법,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사안 등 민감한 현안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제 곧 국감이 시작되나요"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고생이 많다"고 격려하고, 최고위원들에게 상임위가 어디인지 물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체코 공식 방문 결과를 공유하면서는 "세계적으로 원전시장이 엄청 커지면서 체코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한다. (이번에 수주한) 2기에 24조원을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독대 재요청 사실 알리겠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한 대표"라며 거듭 친밀감을 표현했다지만, 한 대표의 독대 요청과 대통령실의 거절이 불거지면서 만남은 냉랭한 분위기 속에 시작된 게 사실이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날 만찬에서 별도의 인사말을 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의정 갈등 해법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등이 대화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됐지만, 관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정혜전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 대표가 대화 중간중간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질문했고 윤 대통령이 뭐라고 답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인요한 최고위원(지난 정부 때 망가진 원전 생태계가 회복 안 될 줄 알았다)이나, 추경호 원내대표(대통령께서 한 간담회에서 양자학을 많이 알고 있어 놀랐다)의 정책·현안 관련 발언 일부가 소개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한 대표는 만찬 행사 직후 대통령실 측에 윤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잡아달라고 거듭 요청한 걸로 알려졌다. 독대 재요청 사실을 외부에 알리겠다는 의사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는 이미 회동 전 독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중요한 사안들이 있고, 그 사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24일 회동은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상견례 성격의 만남인 만큼, 당장이 아니라도 별도 만남은 추후 고려해 정할 수 있다며 '거절' 입장을 분명히 했다.
7월 만찬 때보다 30분 일찍 끝내
만찬 직전까지도 긴장감은 팽팽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꾸 일각에서 (독대 요청을) 흘렸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아닐 뿐만 아니라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실은 만찬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별도 영상 제공 없이 단체 사진 등 단 3장의 사진만 공개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지만, 최근 한 대표와의 불편한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란 평가다. 7월 만찬보다 30분 빨리 일정이 마무리된 것도 당정의 서먹한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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