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임 이끈 정해성·이임생, 무책임한 사퇴가 능사 아니다

허윤수 2024. 9. 2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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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문체위 전체 회의 현안 질의서 사퇴 의사 표명
전력강화위원 회유 논란에 "절대 동의 못 한다"
지난 6월 정해성 이어 또다시 책임자 사퇴
협회 인사 시스템 추락과 담당자의 무책임 확인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자리에 앉아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했던 정해성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에 이어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까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기술이사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4월 협회가 기술총괄이사 직책을 새로 만들고 이 기술이사를 임명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이 기술이사는 이번 현안 질의에 증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그는 지난 6월 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후임 인선 작업을 하던 정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나자 임무를 이어받았다. 이 기술이사는 홍명보,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예트 감독을 만난 뒤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다만 이날 이 기술이사가 정 위원장의 권한을 이어받는 게 적절했는지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회장이 이 기술이사에게 권한을 줄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라며 “(홍 감독에게만) 특혜로 보이는 면접을 해도 되는가?”라고 말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기술이사의 전력강화위원장 겸임은 정관 위반이라며 정 회장의 주장과 달리 위임과 관련한 사후 결의 서류도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 기술이사가 홍 감독 선임을 위해 전력강화위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메신저 대화에 따르면 한 전력강화위원은 이 기술이사의 위임 동의 확인 요청을 거절했다.

이 기술이사가 홍 감독 선임 전 5명의 전력강화위원에게 모두 동의를 받았다는 말과 다른 부분이다. 이날 현장에 있던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 역시 “(이 기술이사와) 1분가량 통화했고 통보라고 느껴졌다”라며 “후보에 대한 말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박주호 대한축구협회 전 전 전력강화위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 의원은 이 기술이사에게 “(동의받았다면서) 왜 저렇게 동의해 달라고 했나?”라며 “왜 그렇게 회유하려고 했나?”라고 따졌다. 이 기술이사는 회유가 아니라 자신에게 위임해 준 걸 기자에게 확인해 주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민 의원의 지적이 계속되자 이 기술이사는 울먹이며 “내 명예가 걸린 일이라 꼭 말씀드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감독을) 결정하게끔 부탁드려서 다섯 분으로부터 동의를 다 받았다”라며 “내가 사퇴하겠다. 하지만 내가 통화를 안 하고 동의를 안 받은 건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라고 토로했다.

전국민적인 관심 속에 생중계까지 이뤄지는 상황이었기에 이 기술이사의 말처럼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고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홍 감독 선임을 주도한 그가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드러내는 건 무책임한 처사다.

이 기술이사는 지난 7월 홍 감독 선임 배경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을 선임한 결정에 대해 스스로 후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라며 “잘못됐다면 당연히 받아들이겠다”라고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즉흥적인 사퇴는 일만 벌여놓은 채 아무런 책임 없이 도망치는 꼴이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겪었던 상황이기도 하다. 정 전 위원장도 감독 선임 작업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하며 전력강화위원회를 떠났다. 그 역시 올림픽을 준비하던 황선홍 감독을 3월 A매치 임시 감독으로 선임하며 결과에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 실패에도 책임지는 건 없었고 그러다 돌연 사퇴를 택했다. 사의를 밝힌 뒤 협회와도 연락이 끊기며 사표 수리까지 시간도 걸렸다. 혼란을 더 가중한 셈이다.

정 전 위원장은 이날 사퇴 배경을 묻는 의원들의 말에 “체력적으로 힘들고 건강 문제도 있었다”라며 “일단 회장님께 보고드린 이상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정몽규 체제에서 감독 선임을 믿고 맡긴 두 명의 인물은 나란히 중도 하차를 택했다. 협회 인사 시스템의 떨어진 신뢰도를 확인했고 개인을 생각하며 상황을 벗어나려는 담당자의 모습도 드러났다. 이 기술이사가 정말 자신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전임자를 답습하는 게 아니라 진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허윤수 (yunspor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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