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으로 가는 KDDX…HD현대·한화 '공동개발' 가능할까

최유빈 기자 2024. 9. 2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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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상세설계 공동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업계 관계자의 볼멘소리다.

방사청은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모두 맡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12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수주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이 KDDX 사업 관련 군사기밀 탈취에 연루됐다며 이들을 군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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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순신방위산업전(YIDEX)'에서 참석자들이 한화오션 부스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모형과 울산급 배치-III 호위함,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등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스1
"그동안 공동개발을 안 한 건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방위사업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상세설계 공동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업계 관계자의 볼멘소리다. 방사청은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모두 맡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입찰이 지연되면서 군 전력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방사청이 사업 강행 의지를 밝힌 것이다.

KDDX 사업은 이미 입찰을 마쳤어야 했지만 비리 의혹으로 지연되고 있다. 당국은 왕정홍 전 방사청장이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방사청은 사업 입찰이 지연되면서 군 전력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고육책 마련에 나섰다. KDDX 사업 공동개발을 해결책으로 검토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에선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두 업체가 함께 진행한 전례가 없다. 과거 기본설계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행한 적은 있지만 상세설계는 한화오션만 했었다.

2007년 국방부는 2조5000억원을 들여 3000톤급 잠수함 9척을 독자 개발하는 '장보고-Ⅲ'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 사업은 중복 투자를 막고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공동 수주로 진행됐다. 계약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공동수급체로 함께 기본설계를 진행했다.

이후 방사청은 사업 초반부터 내세운 공동개발 원칙을 철회했다. 기본설계는 공동으로 수행했지만, 상세설계와 함 건조는 경쟁입찰로 진행됐다. 2012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수주했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두 업체가 함께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방사청도 인정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상세설계 공동으로 진행할 경우 함정 건조 이후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져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자 발견 시 두 회사가 법적 공방을 벌여 사업이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

보안이 생명인 방산업계 특성상 기술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2019년 발생한 보안사고 감점으로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이 KDDX 사업 관련 군사기밀 탈취에 연루됐다며 이들을 군사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도 임원급이 개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한화오션 임직원을 국가수사본부에 맞고소했다.

KDDX 사업 컨소시엄 구성 시 주계약 업체를 어느 곳으로 할 것인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1번함은 누가 건조할 것인지, 어느 업체가 후속함을 몇 척 건조할 것인지 등 추가 갈등 요인도 있다.

끝없는 갈등 과정에서 함정개발에 힘이 빠진다면 이는 해군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양측이 모두 '만족'하지 못해도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 K-함정의 위상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방사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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