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대강서 '꿀벌 폐사' 원인 지목된 농약제 검출"…美·유럽선 이미 퇴출

성소의 기자 2024. 9. 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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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관리 수질오염물질 탐색체계 구축 보고서
티아클로프리드·이미다클로프리드 2종 검출
"꿀벌 군집 형성에 치명 영향…면밀 조사 미흡"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화창한 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1일 전북 전주시 전주한옥마을 일대에 배롱나무 꽃이 개화하고 있다. 2024.08.01. pmkeul@newsis.com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꿀벌 생태계를 해친다는 논란이 있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 성분이 국내 4대강에서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은 과거 꿀벌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미국과 유럽에선 퇴출됐는데, 국내에서는 용도에 따른 제한만 있을 뿐 연간 사용량을 규제하진 않아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의원실이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받은 '미관리 수질오염물질 탐색체계 구축(2023)'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4대강 수역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인 티아클로프리드(Thiacloprid)와 이미다클로프리드(Imidacloprid) 2종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지난해 4·8·12월 세 차례에 걸쳐 4대강 수계 내 모니터링 지점 130곳에서 하천수·퇴적물·어류를 채취해 88종의 미관리 오염물질 검출 여부를 들여다봤다.

모니터링 지점은 한강 40곳, 낙동강 39곳, 금강 33곳, 영산강 18곳이며 시설별로는 하·폐수처리시설 영향 지점(71곳), 축산폐수처리시설 영향 지점(15곳), 직접방류 사업장 인근 지점(15곳), 비점오염원 의심 지점(18곳), 상수원수 및 기타 지점(11곳)으로 나눠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연구진이 채취해 분석한 물질은 의약물질(19종), 농약물질(24종), 산업용 화학물질(45종)을 합쳐 총 88종이다.

그 결과 국내 4대강 주요 모니터링 지점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인 티아클로프리드와 이미다클로프리드 2종이 각각 각각 0.0062 µg/L(마이크로그램 매 리터·1µg=10억분의 1), 0.0037 µg/L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신경 합성 살충제로 알려져 있다.

이 계열 농약은 곤충의 신경계를 공격해서 해충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데다 기존 살충제보다 독성이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1990년대 이후부터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됐다.

특히 이미다클로리프 농약은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품으로 100여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네오니코티노이드가 꿀벌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유럽과 미국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 사용을 제한해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부터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3종(이미다클로리프·클로티아니딘·티아메톡삼)에 대한 실외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지난 2022년 2월부터 이 계열 약품 37개 사용을 못하게 했다.

[세종=뉴시스] 4대강 권역별 농약 검출 현황.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도 2014년부터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 4종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고 있으나 꽃이 완전히 진 후에는 쓸 수 있도록 하고 육모상 처리제 등 사용 목적에 따라서는 일부 허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수준의 엄격한 금지는 아닌 셈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농약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도 "국내 꿀벌 떼죽음의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농약이 꿀벌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농촌진흥청은 지난 2022년 6월 자료를 내고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농약과 꿀벌 피해와의 연관성 조사에서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에 대해 밀도 있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사용량 규제도 없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보고서에 적힌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물질의 검출량 자체는 극소량 수준"이라면서도 "하천수 등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물질이 검출된다는 건 그만큼 이 계열 농약제 사용량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많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농약이나 의약 물질은 의외로 오랫동안 생태계와 환경에 남게 되고 멀리 퍼지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경생태학과 교수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물질은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꿀벌한테도 독성이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연간 사용량을 규제하고 있진 않다"며 "사용량 자체를 계속해서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도 연구진은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는 꿀벌의 군집 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들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약물질 중에서는 고혈압 치료제인 텔미사르탄(Telmisartan)이 한강 유역에서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이는 고령화 사회로 바뀌면서 고혈압, 당뇨 등 치료제 사용량이 꾸준히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외 진통제인 트라마돌(Tramadol), 당뇨병 치료제 시타글립틴(Sitagliptin)도 4대강에서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박홍배 의원은 "정부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 성분들이 4대강에서도 검출됐지만, 현재는 용도 제한만 있을 뿐 연간 사용량에 대한 규제는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네오닉 계열 농약품의 사용량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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