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생 청년의 전세사기 피해 일지 [기자의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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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를 취재하면서, 내 앞에 마주한 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도처에서 벌어지는 전세사기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왜 문제적인지 알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다.
부제인 '91년생 청년의 전세사기 일지'처럼 한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그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삶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끝나도록 내 인생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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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수 지음
세종 펴냄
전세사기 피해자를 취재하면서, 내 앞에 마주한 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쩌다, 왜, 그 뒤 어떻게’ 따위의 질문을 던져야 해서다. 사기 피해를, 게다가 전세사기처럼 쉽게 ‘개인의 잘못’으로 취급되는 피해를 털어놓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물을 수밖에 없다. 더 구체적으로 알려야,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어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도처에서 벌어지는 전세사기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왜 문제적인지 알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다. 부제인 ‘91년생 청년의 전세사기 일지’처럼 한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그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일럿을 꿈꾸던 저자의 일상은 전세사기 피해 뒤 송두리째 바뀌었다. 전세사기로 그간 직장에 다니며 모은 파일럿 훈련비를 모조리 잃었다.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뒤, 법원·시청·경찰서·주택도시보증공사·주거복지재단 등을 쫓아다니며 수차례 물었으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전세금 5800만원 중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고민 끝에 원양상선을 타기로 결정했다. 꿈을 포기할 순 없어서다. 저자의 다짐이다. “내 삶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끝나도록 내 인생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에게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기록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썼다. “더는 나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세법을 개정하는 데 이 책이 아주 작은 목소리를 보탤 수 있길” 바라서다. 책이 나온 건 지난해 10월이다. 그 후 10개월이 지난 8월28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적극적으로 피해를 알리고 문제 해결을 요구했던 저자와 같은 피해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개정된 전세사기특별법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용기를 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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