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우리 한 대표가 좋아해 고기 준비"...한동훈, 독대 재요청

한정수 기자, 민동훈 기자, 박상곤 기자 2024. 9. 2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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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을 마친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24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의정갈등 등 현안 논의를 위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간 독대는 성사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설'을 진화하려는 듯 한 대표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한 대표는 식사가 끝난 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윤 대통령과 현안들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며 사실상 독대를 거듭 요청했다.

2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오후 6시30분쯤부터 약 1시간30분간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야외 만찬 회동을 함께 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난 7월 전당대회 이후 새롭게 구성이 완료된 당 지도부를 처음으로 초청해 상견례와 함께 지도부를 격려하고 화합을 다지는 만찬이었다"고 밝혔다.

식사를 하면서는 최근 윤 대통령의 체코 공식방문 성과와 원전 생태계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 이야기도 나왔고 당에서 추석 민심과 건의사항을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의정갈등 등 현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당초 이날 만찬이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다. 한 대표가 만찬 때 윤 대통령과 독대를 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다. 한 대표는 독대 자리에서 의정갈등과 관련한 정부의 유연한 태도 변화 등을 요청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지난 23일 만찬의 성격에 대해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로, 한 대표와의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독대 요청 사실이 미리 언론에 유출된 점, 의료개혁과 관련한 당정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점 등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은 독대 요청 사실이 미리 보도되면서 독대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실이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에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한 대표는 이날 현안들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고 재차 요청한 사실을 외부에 알리겠다고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안을 얘기할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만찬 이후 한 대표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대통령님과 현안들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고 다시 요청한 것"이라며 "또 이번과 같은 오해가 없도록 이 같은 요청을 외부(언론)에 알리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날 국민의힘에서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 김상훈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지도부 14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포함한 수석급 참모진이 전원 나왔다.

윤 대통령은 분수정원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한 대표, 추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만찬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어요"라고 안부를 묻고 신임 최고위원들에게는 축하를 건네며 일일이 악수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 처음이시지 않느냐, 여기서 만찬을 해야지 생각만 했는데 2022년 분수정원이 만들어진 후 처음으로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께 먹게 됐다"고 말했다.

오미자차로 다같이 건배를 하며 만찬이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고려해 만찬주 대신 오미자차를 준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메뉴를 직접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원래 바베큐를 직접 구우려고 했었다"며 지난 5월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만찬을 하며 직접 고기를 굽고 계란말이를 만들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그날 (계란말이) 잘 안되더라고요"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 방문 성과를 설명하며 "세계적으로 원전시장이 엄청 커지면서 체코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한다"며 "2기에 24조원을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국정감사가 곧 시작되는 점을 거론하면서 최고위원들에게 소속 상임위원회를 물었다.

한 대표도 대화 중간중간 관심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이 끝날 무렵 참석자들에게 "커피 한 잔씩 하자"며 "우리 한 대표는 뭐 드실래요"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이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자 한 대표는 "대통령님 감기 기운 있으신데 차가운 것 드셔도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뜨거운 것보다는 차가운 음료를 좋아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만찬을 마친 후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분수공원에서 다같이 "국민을 위하여"라는 구호와 함께 박수를 치며 사진 촬영을 했다. 이후 한 대표, 추 원내대표와 나란히 10여분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또 "초선의원들과는 식사를 했는데 다음에는 재선, 삼선 의원들과도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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