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는 아니었지만..‘산신령’들 다 떠나도 콜로라도 지켜온 터줏대감, Adios 블랙몬[슬로우볼]

안형준 2024. 9.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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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로키산맥의 터줏대감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콜로라도 로키스 찰리 블랙몬은 9월 24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올시즌 종료 후 현역에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콜로라도는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상황. 블랙몬은 정규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블랙몬은 빅리그 14년, 프로 19년 여정을 마친다. 블랙몬은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콜로라도에 지명됐고 2011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리고 올시즌까지 모든 프로 커리어를 콜로라도에서 보냈다.

원클럽맨으로서 블랙몬은 뛰어난 커리어를 쌓았다. 빅리그 14시즌 통산 1,618경기에 출전했고 .292/.352/.479 226홈런 797타점 148도루 1,797안타를 기록했다. 네 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두 차례 실버슬러거를 수상했으며 MVP 투표에서도 두 번 득표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에는 내셔널리그 MVP 5위에 올랐고 타격왕도 차지했다.

텍사스주 댈러스 태생의 1986년생 블랙몬은 세 번의 드래프트에 참가해 콜로라도에 입단했다. 2004년 고교 신인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했고 플로리다 말린스(현 MIA)에 28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 입단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2005년 다시 참가한 드래프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20라운드 지명을 받은 블랙몬은 이번에도 계약하지 않고 '드래프트 삼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2008년 다시 참가한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72순위로 콜로라도의 지명을 받았다. 대학 신인이었던 블랙몬은 순조롭게 프로 무대에 적응했고 2011년 빅리그 데뷔를 이뤘다.

마이너리그에서 타율 3할, OPS 0.800 이상의 뛰어난 타격을 선보이며 빅리그에 데뷔한 블랙몬이지만 곧바로 주전이 된 것은 아니었다. 카를로스 곤잘레스, 덱스터 파울러, 세스 스미스 등 기존 스타 플레이어들의 백업 역할을 맡으며 3년을 보냈다. 3년차인 2013년 82경기에서 .309/.336/.467 6홈런 22타점 7도루로 활약했고 콜로라도가 2014시즌에 앞서 파울러를 트레이드하며 주전 도약 기회를 얻었다.

2014시즌 주전으로 도약한 블랙몬은 풀타임 주전 첫 해 154경기에 출전해 .288/.335/.440 19홈런 72타점 28도루로 맹활약하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2015년에는 157경기에서 .287/.347/.450 17홈런 58타점 43도루로 역시 활약했다.

블랙몬은 2016년 143경기 .324/.381/.552 29홈런 82타점 17도루로 3할 타율을 기록했고 2017시즌에는 159경기에서 .331/.399/.601 37홈런 104타점 14도루, 213안타를 기록해 내셔널리그 타격왕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최다안타, 최다득점, 최다 3루타, 최다 총루타도 모두 블랙몬의 차지였다.

2016-2019시즌 최전성기를 보낸 블랙몬은 4년간 598경기 .315/.376/.558 127홈런 342타점 45도루, 764안타를 기록했다. 해당기간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3위, 홈런 10위, 득점 2위, 최다안타 1위였다. 단축시즌까지 3할 타율을 기록하며 활약했지만 2021시즌부터는 성적이 예년에 비해 하락했고 올해는 24일까지 118경기에서 .249/.320/.398 11홈런 48타점 6도루로 풀타임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정교함과 준수한 주루 능력, 장타력까지 두루 갖춘 뛰어난 타자였지만 블랙몬은 최고의 선수였던 적은 없었다. 데뷔 초에는 트로이 툴로위츠키라는 특급 스타가 있었고 툴로위츠키가 떠난 뒤에는 놀란 아레나도가 로키산맥을 지키는 '산신령'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후에는 트레버 스토리라는 거포 유격수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브랜든 로저스, 놀란 존스, 브렌튼 도일 등이 팀을 대표하는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최고가 아니었기에 콜로라도의 터줏대감이 됐다.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콜로라도는 늘 마운드에 한계가 있었고 블랙몬이 풀타임 빅리거가 된 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는 LA 다저스라는 절대 강자가 군림했다. 좋은 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었던 콜로라도는 팀을 대표하는 특급 스타들을 떠나보내는 일이 잦았다.

툴로위츠키는 물론 아레나도도 스토리도 결국 콜로라도를 떠났지만 블랙몬은 콜로라도에 남았다. 최고 스타들을 지키지 못한 콜로라도는 블랙몬에게 장기 계약을 내줬고 블랙몬은 '산신령'들이 모두 떠난 로키산맥을 지키는 터줏대감이 됐다. 공수를 겸비했던 최고 스타들에 비해 블랙몬의 수비력은 늘 아쉬웠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단순히 오래 머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14년간 콜로라도를 지킨 블랙몬은 콜로라도 구단 역대 최다안타 2위, 2루타 2위, 3루타 1위, 홈런 6위, 타점 4위, 도루 2위, 볼넷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래 머문 만큼 확실한 성적을 쌓았다.

특히 홈구장인 쿠어스필드에서 통산 796경기 .329/.389/.550 133홈런 477 80도루를 기록해 홈구장에서 확실한 강점을 보였다. 다만 통산 원정 성적은 822경기 .256/.315/.407 93홈런 320타점 68도루로 아쉬웠다. 쿠어스필드와 '궁합'이 잘 맞은 콜로라도에 적합한 스타였던 것이다.

블랙몬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을 괴롭힌 선수 중 하나기도 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터줏대감이었던 블랙몬은 류현진과 통산 40타석 이상을 상대했고 .324/.405/.486 1홈런 3타점 4볼넷을 기록했다. 쿠어스필드에서 유독 약했던 류현진의 앞을 자주 가로막은 선수 중 하나가 바로 블랙몬이었다.

아직 리그 평균 수준의 타격 생산성은 보일 능력이 있지만 블랙몬의 은퇴는 콜로라도 입장에서도 나쁘지는 않다. 수비력이 떨어지는 블랙몬은 지난 3년간 주전 지명타자를 맡았다. 전성기를 지난 블랙몬이 유니폼을 벗는다면 콜로라도도 라인업 운영을 더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

14년간 콜로라도를 지켜온 블랙몬은 이제 그라운드를 떠난다. 블랙몬의 인생 2막이 어떻게 진행될지, 한 세대 동안 팀을 지탱한 기둥이 떠나는 콜로라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자료사진=찰리 블랙몬)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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