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의 흑역사와 백역사 [fn기고]
-韓, 강대국도 쉽지 않은 UAE 바라카 원전 2009년 수주...2018년 완공
-한국 원전 탈원전 정책, 어이없는 암초에 부딪혀 흑역사 수렁에 빠져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 한수원 손실액 5년간 5조원, 원전 생태계 망가져
-현 정부, 탈원전 정책 폐기 K-원전을 백역사로 돌려놓기 위해 드라이브
-2022년 이집트 엘다바 원전 참여 성공, K-원전 생태계 복원 모멘텀 마련
-올해 7월 한수원,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장자로 선정
-K-원전 지정학, 중동에서 아프리카로 다시 유럽으로 확대 본격화 기대
-원전 확장 잠재력 현실화... 인력 양성 현지화 등 후속조치 체계화 필요
-성공 방향타 제시, 선제적 로드맵 디자인...K-원전 백역사 최종 한수될 것
원전을 흑역사로 규정한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손실액이 5년간 5조 원에 달한다는 수치를 공개했다. 명확한 손해뿐 아니라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가 망가진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탈원전 정책은 한국의 원전 수출 명분에도 흠집이 자충수가 되고 만다. 원전 수출을 자랑해 온 한국이 정작 자국 내에서는 원전을 멀리하는 이중성을 보인 것은 한국의 신인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8년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을 자랑하면서도 정작 국내적으로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모순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한편 현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흑역사로 치부된 K-원전을 백역사로 돌려놓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정부뿐 아니라 민간전문가도 참여하는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도 출범했다. 이러한 노력이 죽어가던 원전 생태계를 조금씩 살려내기 시작했다. 한편 원전 생태계 복원에 신규 원전 해외 수주가 중요한 상황이었다. 때마침 2022년 8월 한수원은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원전 프로젝트 참여에 성공하게 된다.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었다. 한수원은 ‘원전 기자재·터빈 시공 분야’ 계약을 통해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K-원전 생태계 복원의 모멘텀을 마련하게 되었다.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에 한국의 해외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가시적 성과지만 단지 이를 넘어 ‘K-원전 지정학’ 확장이라는 외교적·전략적 의미도 적지 않다. UAE 바라카 원전은 K-원전 지정학이 중동지역에게 가동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집트 엘다바 원전 참여는 K-원전 지정학이 아프리카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K-원전 지정학이 유럽지역으로까지 확대되는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지난 2024년 7월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장자로 선정되어 소위 ‘선점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9월 20일 한-체코 정상회담은 이러한 선점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주목되었다. 확대 정상회담에서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은 한수원의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낙관적”으로 보면서 상당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내년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주에 최종 성공하면 K-원전 지정학의 유럽 확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전 세계에서 많은 국가들이 한국과 원전 협력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K-원전 지정학은 그야말로 확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상태다. 이런 잠재력을 현실화하려면 원전 수주 성공을 넘어 기대수준을 능가하는 원전 건설 성공뿐 아니라 이번 체코 원전 수주 노력에서 강조한 ‘인력 양성 등 현지화’도 제대로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지 수주 성공을 넘어 후속조치를 체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설 완성도 제고와 현지화 성공의 방향타를 제시하는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로드맵은 K-원전의 흑역사를 백역사를 완전히 탈바꿈하는 최종 한수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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