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설경구·장동건, 자녀들 범죄 사실에 눈 뒤집혔다…"균열 생겨"('보통의 가족')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19번 초청돼 해외에서 먼저 호평받은 영화 '보통의 가족'이 국내 관객을 만난다.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의 연기 앙상블이 몰아친다. 예리한 칼보다 날카로운 긴장감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24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에서 영화 '보통의 가족'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허진호 감독과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참석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 원작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다. 허 감독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둔 부모들의 마음이 어떨까. 이야기의 틀을 한국사회에 가져와도 얘기할 거리가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주인공 4명은 평범한 가족에서 아이들의 범죄를 알게 된 후의 상황까지 3번의 저녁 식사에서 점차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양면적이고 위선적인 민낯을 드러낸다.
허 감독은 "원제가 '더 디너'이고 모여서 밥 먹는 장면을 찍었는데, 3대의 카메라로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찍으며 배우들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이 인물들이 어떤 인물들인지 보여주려고 유머러스한 장면도 있고 소개하는 느낌이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범죄를 알게 된 후의 상황들, 세 번째는 달라지는 인물들의 모습을 신경써서 찍었다"고 말했다. 또한 "긴 호흡으로 찍어야 하는 장면이어서 배우들이 많게는 8번이나 똑같은 연기를 해야 했다. 화면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연기했다. 보통은 화면에 안 나오면 옆에서 리액션 정도만 해주는데, 김희애 배우가 화면에 안 나오는데 우셨다. 그 다음부터는 다른 배우들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설경구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변호사 재완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감독님이 8번 촬영했다고 했는데 컷트당 하면 100번 정도 찍었다. 해도 해도 끝이 안 났다"며 웃었다. 이어 "멀리서 식사 장면이 보일 때는 화기애애해 보일 수 있으나, 카메라가 가까이 올수록 묘하게 흔들리고 균열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장동건은 재완의 동생인 소아과 의사 재규 역으로 출연한다. 장동건은 "사람이 살아가며 크고 작은 선택들을 하는데, 선택들이 모여 성격, 인성, 가치관이 형성된다. 재규는 그런 선택을 많이 했을 테고 그런 직업(소아과 의사)도 갖게 됐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자녀의 범죄를 목격한 재규에 대해서는 "정답은 분명하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있다. 다만 자기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 생각하며 정답이 중요해지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장동건은 이번 촬영에 대해 "세심하게 조율해야 해서 기가 빨리는 촬영이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네 명이 식탁에서 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러면서 사적으로도 가까워졌고 카메라 세팅할 때 잡담도 했다. 힘들었지만 즐겁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촬영 후일담을 전했다.
김희애가 연기한 연경은 프리랜서 번역가이다. 재완의 아내로, 자신의 커리어 관리, 자녀 교육, 시부모 간병까지 해내는 성공한 워킹맘이다. 김희애는 "제가 울었다고 했는데 제가 그랬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웃었다. 이어 "눈물이 나야 할 때는 안 나고 안 나야 할 때는 난다. 내맘대로 안 된다. 찍고 확인하러 가야 하는데 힘들어서 그냥 앉아있는 거다. 겸사겸사 앉아서 계속한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 중 아이들 문제로 견해차를 보이며 갈등하는 재완과 재규의 모습에 연경은 "돌아버리겠다"고 소리친다. 김희애는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두 남자가 집안에서는 밑바닥 모습까지 보여주는 게 연경으로서는 정말 돌아버리는 대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현이 맡은 지수 역할은 전 부인과 사별한 재완과 결혼한 인물이다. 계속해서 긴장감이 이어지는 장면들에 대해 "이 텐션을 뚫고 어떻게 입을 떼느냐가 가장 고민스러웠다. 듣기만 해도 감정이 요동치는 장면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극 중 나이 많은 동서 연경에게 은근히 무시당하는 지수. 수현은 "이 텐션을 뚫고 어떻게 입을 떼느냐고 하지 않았나. '저기요'(김희애 대사)라고 하는데 워낙 포스가 있어서 쉽지만은 않았다"며 웃었다. 이어 "'이 생각은 왜 빼놨지?' 같은 관객들의 생각을 대변해준다. '이게 맞는 거잖아요'라고 소심하게 호소해 보기도 한다. 끝에는 '나도 내 신념이 있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며 지수 캐릭터만의 특징을 설명했다.
수현은 "힘들기만 하지 않고 재밌게 찍었다. 항상 촬영장 오는 게 즐거웠다"며 선배들과의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김희애는 극 중 연경이 곰국 끓이는 장면을 연상시키듯 "곰국 끓이듯이 끈질기게 푹 우려내는 느낌을 받았다. 허 감독님, 그리고 스태프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준비했으니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9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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