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만든 회사' 인텔의 추락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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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 속도로 보면 (무어의 법칙은)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향후 10~20년까지 기술발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의 예언처럼 무어의 법칙은 이제 사실상 종말을 고했고, 이와 함께 그가 일궜던 기업 인텔도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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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 속도로 보면 (무어의 법칙은)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향후 10~20년까지 기술발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년 전인 2005년 4월 반도체 산업의 성장공식인 '무어의 법칙(Moore's Law)' 발표 40주년을 맞아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 명예회장(하와이)과 기자가 진행한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나온 얘기다.
그는 "미세회로 공정이 원자 단위로 가면 회로의 축소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무어의 법칙'(매 18개월마다 회로의 집적도가 2배씩 증가)의 종말을 예고했다. 그의 예언처럼 무어의 법칙은 이제 사실상 종말을 고했고, 이와 함께 그가 일궜던 기업 인텔도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일 퀄컴이 최악의 위기에 빠진 인텔의 인수를 타진했다는 외신보도는 전세계 IT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한 때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었던 인텔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퀄컴은 1996년 한국에서 세계 최초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이동통신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급성장한 미국 이동통신용 반도체 기업이다. PC 시대 칩의 패권자를 모바일 칩의 패권자가 인수하려 든 셈이다.
한 때 인텔의 혁신기술은 인간계를 넘어섰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초의 D램·플래시메모리·CPU가 모두 인텔의 손에서 나왔다. 실리콘밸리라는 이름도 인텔 때문에 생겼다. 당시 실리콘밸리에선 '인텔에는 외계인이 근무하는 연구실이 따로 있어서 미래의 기술을 거기서 가져온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인텔은 없는 길을 만들었고, 인텔의 경쟁자는 오직 미래의 인텔이었던 시절이다.
MS 윈도(OS)와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를 결합한 '윈텔동맹'은 PC시대엔 철옹성처럼 느껴졌다. 구글과 애플, 삼성이 주도하는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영원한 제국이 없듯 기업도 마찬가지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의 몰락이 신생(?) 스마트폰 업체 애플로부터 왔듯, 인텔의 위기는 신생 플래시메모리 업체 삼성전자로부터 시작됐다.
3명의 인텔 창업 동지를 다룬 책 '인텔 트리니티'(The Intel Trinity: 저자 마이클 말론)에는 2005년 새 CEO로 취임한 폴 오텔리니가 진행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그 당시의 위기상황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가장 두려운 도전은 (인텔의 새 먹거리인)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나타났다. 2006년 하늘에서 떨어진 듯 한국의 대기업 삼성이 뛰어난 성능의 플래시 메모리를 발표하고, 금새 인텔의 사업영역에서 큰 점유율을 가져갔다. 삼성이 시장에서 승리하려고 보여준 노력은 마치 '이 세상과 전혀 다른 차원의 맹렬함'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논설위원이었던 저자는 "당시 인텔의 경영진은 (삼성의 맹렬함을 보고) 눈에 보이게 떨었으며, 그 긴장감은 인텔이 오랫동안 느끼지 못한 강렬함이었다"고 소개했다.
인텔의 창업 모토는 'What's Next?'다. 항상 그 다음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회사였다. 그런 고민은 창업세대의 퇴진과 함께 위기를 맞았다. 진공관 다음은 실리콘 반도체, 자기테이프 저장장치 다음은 D램, D램 다음은 CPU로 이어지던 성장은 모바일 시대에서 삼성과 애플에 발목이 잡혔다.
인텔의 추락은 현실에 안주하고 관료주의에 빠져 '다음'을 찾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선 때문이다. 자기 만족에 빠져 있었고, 조심스러웠고, 늙었었다는 평이 나온 이유다. 이게 쌓이고 쌓인게 지금의 인텔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텔이 겪었던 것과 같은 위기다. 지금 보여줘야 하는 게 한국인 특유의 맹렬함이다. '비행기 삯 아끼기'와 '토요일에 출근하기'와 같은 1차원적 방법이 아닌 'Next'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그 비전을 향해 '이 세상과 전혀 다른 차원의 맹렬함'으로 달려가는 그 모습을 다시 보여줄 때다. '인텔이 두려워했던 그 모습처럼'.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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